청와대는 한국인 3명이 탄 어선의 아프리카 가나 인근 해역 피랍사건의 엠바고(보도 유예)를 해제한 기준이 ‘외신보도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 피랍사건에 대한 엠바고는 납치범의 몸값요구 및 구출작전 등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정된다. 외교부 내부에서 ‘외신보도도 인용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던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외신보도로 인해 피랍사건의 엠바고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신보도가 대에서 공개수사로 전환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납치된 분들의 신변 보호가 최우선이라 엠바고를 걸었는데 현지에서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해제한 것으로, 유괴납치 사건도 보도되면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게 상식 아닌가”고도 반문했다.
통상 정부는 피랍사건이 발생하면 그 규모와 상황에 따라 즉각 대외적으로 공개하거나 사건이 해결할 때까지 엠바고를 설정했다. 특히 피랍사건과 관련한 엠바고는 납치범들에게 ‘한국인을 납치하면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설정됐다. ‘외신보도’가 엠바고 해제의 기준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외신보도가 엠바고 해제의 기준이 됐다면, 정부는 지난달 28~29일 사이 엠바고를 해제했어야 한다. 가나매체인 시티프온라인(citifonline)과 미국 해운전문매체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maritime-executive)는 현지시간 29일 한국인의 피랍사실을 보도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8일인 시점이다. 정부는 엠바고 해제 이유로 ▷ 외신보도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고, ▷현재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피랍자 가족들과 관련 협의를 마쳤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엠바고를 해제할 때까지 관련 보도는 10건 안팎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납치된 한국인들이 나이지리아 남부 바이엘사주에 인질로 붙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이날 오후 엠바고 해제를 결정했다.
엠바고 해제와 함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돌아온 직후(지난달 28일)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급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만 해역에 머물던 문무대왕함은 이달 16일은 돼야 사건 해역에 도착할 수 있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 기준 우리 피랍인 3명의 소재지는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의 가나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마린 711호’가 해적 추정세력에 납치됐다. 납치세력은 나이지리아 해군의 경고에 베넹과 나이지리아 경계 해역에서 한국인 3명과 그리스인 1명, 가나인 1명 등을 자신들의 스피드보트(고속 모터보트)에 태운 뒤 대양 방향으로 도주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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