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총 참여 독려에 직원 투입, 주총 앞두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 ‘흔들’ - 우리나라만 있는 발행주식총수 의결 요건, 작년 발의된 상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안건 부결 사태가 속출한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거치면서 상법 개정을 통해 주총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상법개정은 지지부진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족한 정족수를 채워주던 ‘섀도우보팅’이 폐지된 첫해인 올해 상장 기업들은 주총 개최 및 안건 처리에 상당한 비용을 떠안았다.

적지않은 상장사들이 소액주주들을 모으는데 시간과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주총을 앞두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에 이르렀다.

특히 활용 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 쪽에서 영업 및 생산 차질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원이 몇백명인 중견기업 이상은 몰라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직원들이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주총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안다”며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회사들은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행업체까지 쓰면서 불필요한 비용까지 부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새도우보팅 폐지를 앞두고 주총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는 이미 예견돼 왔다.

현행법상 주총 안건의 보통결의 요건은 발행주식총수의 25% 이상이다. 특히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대주주 등의 의결권 행사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돼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할 경우 의결이 더욱 까다롭다.

실제 올해 주총을 개최한 1933개 상장회사 가운데 총 76개사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이 가운데 56곳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작년부터 주총 의결 요건을 완화하거나 의결 정족수 기준을 폐기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심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작년 9월 보통의결 요건을 발행주식총수 2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상법 개정안을, 권성동 의원은 작년 11월 ‘주총 의결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상법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주총 의결 요건’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왔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새도우보팅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 실제 발생한 후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뒤늦게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발행주식총수로 의결 요건을 제한하는 규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비정상적인 제도인데 주무부처의 무관심이 사태를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주총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총 결의를 포함해 바람직한 상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상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