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맥주 제조업체, 마트 등 유통 가능해져 -이달부터 판매 가능하지만 한계 명확해 보여 -“대량생산과 균일한 품질ㆍ위생 관리 가능해야”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그동안 호프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수제맥주를 이달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여태까지 수제맥주를 제조장과 영업장에서만 일반에 판매할 수 있었지만,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주류 사업자의 판로 확대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일선 유통 현장에서는 수제맥주의 대형마트, 편의점 판매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가 대형 유통채널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적이고, 균일한 품질ㆍ위생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나 편의점 3사(CUㆍGS25ㆍ세븐일레븐) 중 아직까지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를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곳은 없다. 현재도 세븐브로이, 제주맥주 등 일부 수제맥주가 유통되지만 이들은 일반맥주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허용된 것은 발효조 규모가 작은 이른바 ‘하우스맥주(술집에서 자체 시설로 만든 맥주)’다. 수제맥주 시장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당장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가 소매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소규모 업체들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효, 숙성, 공정 뿐 아니라 살균, 병입, 박스포장을 위한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 소매점에 납품할 병이나 캔을 저장할 대형창고, 이를 운반할 냉장차량 등 유통단계에 필요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의 경우 설비투자 여력이 부족해 단기간에 이러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덧붙여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중소 맥주 사업자가 소매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중간 도매상인 ‘종합주류도매업자’를 거쳐야 하는데 대기업에 비해 물량이 적은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로서는 이들과 거래를 트는 것도 쉽지 않고, 유통 비용도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품질이나 위생관리도 난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은 살균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 가량 투자해야 한다”며 “살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맥주 유통기한이 1~3일로 단축돼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가 전국 대형마트, 편의점 점포에 일정 물량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보니 지역 단위로 공급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수제맥주를 일부 점포에 유통하고, 향후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규모 업체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