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공원들이 2020년을 기점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이전 기사 참조 ‘집앞 공원들이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 누가, 어떻게 공원을 지키려고 하고 있을까요?
부자도시 공원만 살릴 건가요 시청, 군청, 구청. 바로 지방자치단체들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사라지는 공원을 살리기 위해 2020년까지 1조6000억원의 돈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2020년에 사라질 위험에 놓인 서울 시내 공원은 총 116개로 면적만 95,000㎡가 넘습니다. 서울시 면적이 605,210㎡ 가량이니 15% 정도 되는 땅이죠. 이를 급하게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시급한 데부터 사들여 지키겠단 것입니다.
단계별 도시공원 보상계획(출처: 서울시)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서울처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제 막 ‘빚덩이’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인천시는 상황이 다릅니다. 인천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은 2016년 기준 9300㎡가 넘습니다. 공원으로 지정된 구역의 땅 주인들에게 보상비로만 3073억 원을 넘게 내주어야 합니다. 군, 구비를 제외하고 시청에서만 확보해야 하는 장기미집행 공원 예산은 3726억원 가량. 우선 올해 시에서 요구한 관련 예산은 521억원 가량이었는데 실제 편성된 예산은 136억원 뿐입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위기에 처한 공원들이 대부분 장기미집행 공원들인데 보상을 하려고 해도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한다. 2020년까지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공원이 해제가 안되는데 예산이 넉넉치 않아서 이 부분에 주력하려고 한다. 보상은 2022년까지 하는 것으로 계획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마저 이기대공원, 청사포공원, 에덴유원지 등이 위험에 빠져있습니다. 부산시에선 애초에 장기미집행 공원과 관련한 올해 예산을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추경으로 힘겹게 383억원으로 확보했는데요. 이기대, 청사포처럼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곳을 중점적으로 우선 토지보상을 해 공원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여유가 없는 상황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기대공원
부산 갈맷길 중 공원 일몰제 해당 구간(출처: 환경운동연합)
대구광역시는 어떨까요? 범어공원과 학산공원 등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올해 대구시 예산은 194억원. 대구시가 2020년까지 공원이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전체 예산은 1000억원이지만 매년 손에 쥐는 실제 예산은 2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일몰제가 다가오니 꽤 많아진 것이라고 합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어차피 예산이 넉넉치 않아 공원 내 사유지를 100% 매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에서 꼭 공원을 기능할 수 있는 땅에 대해서 ‘그것이라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공원 기능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땅 위주로 계획을 세웠다. 많은 공원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매겨서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 있는 지자체 공원은 살고 재정상 어려운 지자체 공원들은 살리기 어려워졌습니다.
지방공원도 결국 ‘국토’잖아요 그런데 각 도시마다 있는 공원들은 사실 엄연히 ‘국토’입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사라지는 공원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은 사실상 없는데요. ‘도시공원 지정’ 업무를 모두 지자체에서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공원이라고 지정하는 걸 ‘지방정부’에서 하고 있으니 보존 의무도 모두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몰제 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들 중 많은 공원들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 시행하기 전인 70, 80년대에 ‘국가’에서 지정한 공원들입니다. 어느정도 ‘국가’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도시공원을 지켜내는 데 지자체에서 받은 국비 지원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토부에선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하면서 조 단위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도시공원은 지자체 업무라며 신경을 거의 안 쓰고 있다. (2020년 일몰제 시행이 코앞이니) 한시적으로라도 공원 내 토지 보상에 들어가는 돈의 50%를 국비로 지원해주는 제도를 여러 광역시에서 몇 년 전부터 건의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방하천, 광역철도, 도시철도 같은 데는 국비 지원이 되고 있는데 공원만 안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부서진 다음
지금까지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좋은 쉼터가 되었던 곳이 2020년 일몰제 시행으로 사라지고 그곳에 다른 시설들이 들어온다면 그 공원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사라지는 지방도시의 공원들을 조금이라도 더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공원일몰에 대한 시급한 예산편성을 위해서 지역의 주변 환경과 역사,문화,,농업,산림 등을 고려한 국고보조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정부 부처별로 검토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대응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산림청의 생활환경 숲 조성 사업, 국가 토지비축사업, 환경부 생태보전협력금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시청 관계자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2020년까지라도 한시적으로 국비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든지, 현행 법 개정을 하면 될 일인데 안되는 것 보면 ‘의지’의 문제인 거죠. 공원이란 게 한 번 없어지면 다신 안 생기는데 없어지고 나서 시민들이 불편해해도 이미 소도 잃고 외양간도 부서진 뒤니깐요 뭐. 씁쓸합니다.”
test1002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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