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으로 본 업무 스타일
최흥식·김기식 前 원장보다 강경 금융감독체계 개편·브레이크론 전성인 “尹 임명, 잘된 정책결정”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사엔 팽팽한 긴장감이 녹아 있었다. 분량은 A4용지 기준으로 14매였다. 장문(長文)을 선호한 최흥식 전 원장보다 1매 많다. 윤 원장은 강경했다. ‘저승사자’로 불린 김기식 전 원장도 취임 때 ‘조화’를 거론했는데, 윤 원장에겐 그런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금융감독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다”고 본지에 밝힌 그의 말처럼 숙고 끝에 얻은 통찰이 읽혔다.
총론으로 금감원이 ‘국가 위험 관리의 중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두 명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은 얘기하지 않았던 수준의 위상 강화를 염두에 두는 걸로 분석된다. 점잖은 언어였지만 윤 원장의 취임사는 금융감독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그는 금감원을 ‘국가 위험 관리자’로 봤다. 김기식 전 원장이 ‘금융감독의 조화와 균형’을, 최흥식 전 원장이 ‘초심으로 돌아가라’로 주문했던 것보다 다층적인 고민을 드러냈다. 잠재된 금융의 위험이 금융사의 부실로 이어지고, 소비자 피해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데서 금감원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했다.
그는 “잠재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동시에 현실화된 위험에는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오롯이 집중해야 할 ‘금융감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의 현 점수를 ‘미흡’으로 평가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사전에 경고를 하지 못했고, 금융사의 잘못된 영업관행ㆍ불공정한 거래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며 “수많은 과제들에 포획돼 금융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함으로써 감독의 사각지대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평가가 냉혹한 만큼 ‘운전대’를 잡은 윤 원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매세울 전망이다. 금융위와 금융사가 긴장할 만한 발언도 있었다.
그는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고 했다.
학자 시절 ‘금융위 축소ㆍ금감원 독립성 강화’라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소신을 금감원장으로서의 첫 날 재차 피력한 셈이다.
윤 원장은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독립성 확보 방안과 관련해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금융감독을 할 수 있는가부터 먼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아울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그리고 소신을 갖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도 했다. 금융권 최대 현안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금감원의 역할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윤석헌 교수의 금감원장 임명은 최근 금융 관련 정책 중 가장 잘 된 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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