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한반도 비핵화’ 정의 일치화했나
-북미정상회담 성패, 비핵화 방식에 달려
-판문점 선언 이행 속도 붙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두고 한반도 정세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2차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장기적인 ‘성공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3가지 과제가 풀려야 한다.
▶남북, ‘한반도 비핵화’ 놓고 이견없나=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신속히 이행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북과 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조미(북미) 수뇌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심도있는 의견교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남북 정상간 합의여부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북한에 의한 완전한 핵폐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북한의 핵폐기와 함께 주한미군의 철수와 전략자산 철회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정의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으로서 김 위원장을 접견한 뒤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한군사훈련이 예년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맥스선더 연합공군훈련을 문제삼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으로 연기시켰다.
한미 연합훈련의 범위와 성격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개선의 선제조건으로 명시한 ‘한반도 비핵화’을 놓고 남북뿐만 아니라 한미ㆍ북미 간 의견일치가 이뤄져야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과업이 성사될 수 있다.
▶文대통령, 북미간 비핵화 방식 이견 좁혔나= 문 대통령의 ‘중재력’은 비핵화 방식에 대한 북미 간 합의여부에 따라 가늠이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이후 북한은 적대적 발언을 자제하고 미국과 다시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미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후에도) 싱가포르에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미 간 이견은 여전히 커 합의가 성사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남북 관계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는 나란히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을 조율했는지 여부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성패가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6개월 내 북한의 핵무기를 해외로 반출하고 사찰 1시간 전 이를 당사국에 통보하는 특별사찰을 택한 이란 핵합의 (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보다 강화된 수준의 특별사찰을 비핵화 로드맵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에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해서는 안되며, 북미 간 폐기와 주한미군 전략자산 철회가 순차적으로 동시에 이뤄지는, 핵군축협의를 구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개인담화에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핵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CVID를 원천거부한 것이다. 여기에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한 군축회담이 돼야 함을 시사했다.
▶판문점 선언, 이번엔 이행되나 = 문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과 4ㆍ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관련된 의견도 교환했다. 남북은 애초 판문점 선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고위급 회담을 16일에 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삼으면서 5월 중 개최 시점이 못박힌 장성급회담이나 6ㆍ15 남북 공동행사, 8ㆍ15 이산가족 상봉 등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내달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북대화는 북미 비핵화 협의와 별개로 한반도 내 긴장 완화 및 평화 유지 차원에서 지속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6월 1일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판문점 선언 이행방안에 대한 전체적인 논의를 하고 분야별 후속 회담 일정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8·15 이산가족 상봉 및 8월 아시안게임 공동진출을 논의할 적십자회담 및 체육회담 일정을 잡아야 한다. 5월에 열기로 했던 장성급 군사회담 일정도 확정해야 한다.
이 밖에 3주도 남지 않은 6ㆍ15남북공동행사를 어떻게 치를지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경의선ㆍ동해선 철로 연결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고위급회담에서 관련 사항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라도 후속회담 개최 등 본격적인 이행은 북미정상회담 이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담판’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방향이 어떻게 설정되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분위기로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 12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판문점 선언에서 이뤄진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토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다시 남북관계의 본격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선순환’ 구상이기도 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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