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단계 앞으로 당겨…비핵화 긍정적 효과 기대 -北 비핵화 성과보다 앞선 조치…안보불안 요인 남겨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미대화 진전에 따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 가시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거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 입장을 밝힌데 이어 한미 군당국은 조만간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를 결정해 공식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북미대화 지속을 전제로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비롯해 내년 초 실시되는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 등 대북 전면전을 상정한 3대 훈련 중지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모든 정치적ㆍ외교적 선택이 그렇듯 한미연합훈련 중지 역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훈련 중지의 명암을 살펴본다.
▷김정은, 北 내부 설득 명분 강화될 듯=한미 양국이 각각 만만치 않은 내부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 검토에 들어간 이유는 북핵문제 해결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현실적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고 북한의 핵 능력이 미 본토까지 위협할 정도로 고도화된 상황에서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대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협상을 하면서 훈련하는 것은 나쁘기 때문에 중단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탄도미사일 시험장 폐기라는 선제적 조치에 나선 데 대해 나름 의미 있다는 판단과 비핵화 협상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미 의회 동의와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대북보상책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향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부를 비롯한 내부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설득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의 첨단전략자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에 실질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대북소식통은 17일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에 더한 대북제재 강화로 변변한 훈련조차 실시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에 대응한 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물자와 자원이 제한적인 북한으로서는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6년 키리졸브 때부터 적용하고 있는 ‘작전계획(작계) 5015’에 따른 한반도 유사시 적 수뇌부 제거작전 등 ‘참수작전’은 북한 입장에서 절대시하는 ‘최고존엄’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반발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식으로 내세우면 북한 내부적으로도 비핵화 방침을 한층 더 확고히 하고 속도를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ㆍ주한미군 위상 변화 이어질까 우려=문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 성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불안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미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지하더라도 군별 또는 부대별 훈련은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을 비롯한 양국 군간 연합작전능력과 연대의식 이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일단 중지된 한미연합훈련을 다시 재개하기 위해서는 훨씬 큰 정치적ㆍ군사적 부담을 져야만 한다.
존 매케인(공화당)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실수이며 나쁜 협상전략”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도발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중국과 북한의 선동을 앵무새처럼 흉내내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까닭이다.
정부와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 성격 및 위상 변화, 나아가 철수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비용 문제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철수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1992년 역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릿을 중단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둘러싸고 북미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1993년 재개하는 등 나쁜 전례는 한미연합훈련 중지효용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키운다.
외교소식통은 “한미연합훈련 중지는 한미 양국 모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선택이지만, 과거 비핵화 마지막단계에서 논의된 절차를 앞으로 당겼다는 측면에선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며 “결국 김 위원장이 한미의 선의의 양보에 대응해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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