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기업정책 변화 기대감 속 “기본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 전망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른바 ‘구걸’ 논란 속에 청와대와의 갈등까지 감수해가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과 만난 김 부총리는 이날 회동에 앞서 “대규모 투자나 고용이 수반되는 투자가 있을 경우 기업의 애로나 규제를 패키지로 풀어 적극 장려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이어지고 있는 대기업 규제 정책의 전향적인 ‘유턴’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기업은 물론 시장에서도 정부의 기업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같은 김 부총리의 규제개혁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향후 추진될 대기업 정책은 현재 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뚜렷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대기업 행보에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며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친(親)노동 정책이나, 지배구조 개선 압박 같은 대기업 정책의 기본방향이 바뀔지는 의문”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단적으로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는 갈수록 기업의 보폭을 옥죄고 있다. 최근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은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경제정의 확립 효과 이면에 기업들이 주력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를 고민해야하는 역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갑을관계 개혁’등 불공정 거래 해소 드라이브에도 기업의 입장은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에도 기업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2년 연속 10% 이상의 기록적인 인상률을 보인 최저임금 인상 과정만 봐도 사용자측의 의견보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위원들이 근로자측의 손을 들어준 측면이 강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서도 사용자측은 급격한 인상의 부작용을 막기위해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법적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의를 거부했다.
이처럼 청와대를 중심으로 경제라인 일각이 강경일변도의 기업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김 부총리의 전향적인 대기업 행보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그 어느때보다도 불확실한 게 사실이다. 개각 수요 등을 감안해 좀더 지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최근 침체국면인 경제상황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김 부총리의 행보가 꼭 대기업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다.
유재훈 기자/igiza77@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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