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도마위 소송 ‘패소’에도 계속…시민 반발
한 무리 등산객들이 용문사 대웅전 앞을 스치듯 지나간다. 사찰을 외면한 등산객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너무 많이 왔기 때문에 이제는 딱히 볼 것도 없어서….”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곳 용문사 앞길을 지나쳐야 한다. 등산객들은 용문사를 찾아온 다른 관광객들과 똑같은 관람료를 낸다. 어른은 2500원, 어린이는 1000원이다.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전국 63곳 사찰에서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 문제가 다시금 도마위에 올랐다. ‘사찰을 관람하지 않아도’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국립공원과 도립ㆍ군립공원 매표소에서 사찰들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기 때문에, 산을 찾은 일반 등산객들도 사찰 관람료를 내야만 산에 오를 수 있다.
사찰들은 문화재보호법 제 49조에 의거(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해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반 등산객들의 불만은 거세다.
지난 2015년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박모 씨 등 105명이 지리산 소재 천은사를 상대로 낸 통행방해금지 소송에서 천은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항소에서는 천은사가 일반 통행객들에게 징수한 통행료가 문제가 됐다. 박씨 등은 1심에서 “천은사의 문화재를 관람하지도 않는데 이 일대 도로를 이용해 지리산 성삼재로 가기 위해서 1인당 입장료 1600원씩을 납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소장에 밝혔다.
1심 재판부도 “천은사가 차량통행 방해ㆍ문화재 관람료 또는 공원문화유산 지구 입장료 강제 징수 등의 이유로 지리산 성삼재로 가는 도로의 통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럼에도 각 사찰의 관람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판결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는 탓이다. 용문사에서 만난 시민들도 입장료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등산객 여광석(51) 씨는 “한사람에 2500원이지만, 4인가족이 오면 1만원. 주차비와 식대를 하면 더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용문사가)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잘 꾸며놓은 것은 맞지만, 등산을 하러 온 사람에겐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김성태(23) 씨도 “중앙선 끝자락에 있는 관광지라 지하철을 타고 놀러왔는데, 관람료를 받아서 놀랐다”고 했다.
불교계는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사찰 소유지가 소유자인 사찰의 동의없이 각종 공원으로 지정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내부위원회 등에서는 자연공원법 개정안 등을 마련하면서, 헌법소원 내지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찰 땅은 사찰로 반환해, 여기서 입장료를 제대로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조계종은 “올해 초부터 내부적으로, 문화재관람료 해결을 위한 TFT를 꾸려서 해결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 이야기는) 내부적으로 회의 단계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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