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화학 장기 호황을 타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혀 왔던 현대오일뱅크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상장 전 회계감리 절차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상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복합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상장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11월 중순께 증선위 감리 결과를 받게 될 전망이다. 증선위는 현대오일뱅크가 자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이익을 과다 계상했다는 지적을 받고 감리 절차를 진행해 왔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정유 기업인 쉘이 각각 60%, 40%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지만 그동안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쉘베이스오일 이익의 100%를 자사 이익으로 반영해 왔던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에서 공동기업으로 변경하고 수익 반영 비율도 지분율과 동일한 60%로 정정했다.
이같은 노력을 반영해 감리 결과는 ‘주의ㆍ경고’ 수준의 경징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장 작업 재개가 가속화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오일뱅크는 차질 없이 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감리 결과가 상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징계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중순 한국거래소 상장예심을 통과했다. 6개월의 예심 유효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2월 중순께 상장 절차를 모두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간 내 상장을 완료하려면 11월 내 3분기 감사보고서를 확정하고,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 1월 중 공모 청약 절차를 밟아야 한다. 2월 중 상장이 무산되면 현대오일뱅크는 다시 예비 심사부터 진행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 IPO를 추진했다가 업황 악화로 한 차례 상장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최근 주식시장 흐름도 악조건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쏠림 현상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연초 대비 20% 가까이 떨어지면서 현대오일뱅크가 IPO로 적정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당초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시 9조원대 시가총액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 돼 왔다. 또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는 상장을 통해 조 단위 투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급격히 고꾸라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유ㆍ석유화학 사업 호황으로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기에 올해가 좋은 기회였지만 까다로와진 상장 심사 절차가 걸림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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