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코스피 지수 3000선 돌파라는 장밋빛 꿈을 꾸며 힘차게 출발했던 국내 증시는 이어지는 국내외 악재에 급락한 뒤 연말을 코앞에 앞둔 현재 2100선에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수 하락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일일 평균 거래대금이 증시가 활황을 보인 5월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3조원대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4조원대로 줄어들었다.
거래 대금이 줄었다는 얘기는 현재 시장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1100조원 규모의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이 외면받으면 그 손해가 주식 투자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주식 시장은 시중에 남아도는 자금을 흡수해 설비 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원하는 기업에게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을 가장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 시장의 위축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의 1~9월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는 것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케이스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을 육성하겠다며 공ㆍ사모 펀드 개혁 등 혁신과제를 내놓고 있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증시 통행세 노릇을 해온 증권거래세 폐지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는 논의는 오래 전 부터 이어져 왔지만 단순히 증시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거나 세수 감소가 불가피 하기 때문에 폐지할 수 없다는 측면만 강조돼 왔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자본시장의 산업적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관심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팔면 그 주식으로 돈을 벌거나 잃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거래 대금의 0.3%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를 본 거래에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 매력적인 투자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평균 0.1%에 달하는 증권사 거래수수료까지 감안하면 거래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금융 선진국은 증권 거래세를 폐지했고 중국이나 대만, 싱가포르나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도 증권거래세 세율을 0.1~0.2%로 크게 낮춰 투자자들의 자금을 증시로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직접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에게 돈을 맡겨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자산운용사가 펀드 운용을 위해 주식을 거래하더라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고 이는 펀드 가입자의 실질적인 수익률을 갉아먹는 효과를 낸다. 펀드가 운용보수에 증권거래세를 더한 것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보니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가입률은 저조하다.
증권거래세 폐지로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 펀드 수익률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설명이다. 세금이 붙지 않으면 전체 주식의 거래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 회전율이 높아지면 각종 테마나 경제 상황의 영향을 받아 개별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폭이 커지는 만큼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 입장에선 벤치마크를 뛰어넘는 초과 수익률을 내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하락장에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도 액티브 펀드 인기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을 통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가 세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 정부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우려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권거래세법은 대통령령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율을 0%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려대로 세수가 급격히 준다면 다시 세율을 높이면 그만이다. 이에 더해 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확대 방안도 시행된다면 자본시장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목표를 세수 문제 없이 보다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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