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립스틱이 색깔별로 놓인 조명 거울, 화려한 원피스 드레스룸, 족욕기와 마스크팩 갖춘 스파 등이 갖춰진 이곳, 다름 아닌 미취학 어린이들이 노는 키즈카페의 흔한 풍경이다.
시장 포화로 차별화에 나선 키즈카페들이 체험이라는 명목 아래 각종 뷰티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성인문화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인천시 서구 한 키즈카페의 어린이용 스파는 다양한 체험 행사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다.
마사지사가 샤워 가운을 입은 아이들에게 스팀 타월로 손 마사지를 해 주면서 마스크팩을 붙여주는 프로그램으로 현장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해당 카페에서는 푹신한 분홍색 소파에서 마스크팩과 아로마 오일 족욕이 가능하며, 그리고 아동용 수성 네일아트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예약제로 따로 운영한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 한 키즈카페에는 아예 메이크업 존이 따로 있다. 이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캐릭터 옷을 입어보고 손수 섀도나 립스틱을 바르며 셀프 메이크업까지 할 수 있다. 예약자가 많아 카페 내 방송으로 스파 프로그램 진행 시간을 알려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어른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놀이심리를 겨냥한 놀이문화가 키즈 마케팅과 결합해 사회 다방면으로 빠르게 퍼지는 추세다.
젊은 연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에는 매일 어린이 메이크업을 주제로 한 각종 동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 된다.
‘키즈 화장품으로 화장하기’, ‘초등학생의 데일리 메이크업’, ‘어린이 화장 놀이’ 등 아이들이 직접 메이크업을 해 보는 영상부터 성인이 아동용 화장품을 이용하는 영상까지 다양하다.
이를 반영하듯 어린이용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4일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36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키즈카페 내 뷰티 프로그램을 비롯한 어른들의 꾸밈 문화가 아이들의 ‘놀이’로 소비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어른을 따라 하는 게 유아 놀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자기에게 맞게끔 놀이로 변형시키는 것”이라며 “이러한 프로그램과 장소를 어른들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 교수는 “여자아이들이 주로 받는 이런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성 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된다”며 “유아들이 사회적 성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긴 하지만 이를 뒤섞을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줘야 하는데 되레 이를 고착화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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