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접수 전 특정 번호 미리 빼둬 -‘사건 무작위 전산 배당’ 원칙과 달라 -검찰 “심각한 내용…수사력 집중”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양승태(70ㆍ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사건을 특정 재판부가 맡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따르면 2015년 12월 법원행정처는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사건이 특정 재판부에 배당되도록 전산 시스템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사건이 접수되면 전산 배당을 통해 무작위로 재판부를 지정하고 있다. 인위적인 배당을 통해 외부의 압력이나 친분 관계 등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시 박병대(61ㆍ12기) 대법관이 처장이었던 법원행정처는 서울고법 고위 간부에게 김광태(57ㆍ15기)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행정6부에 이 사건을 배당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고법은 사건이 접수되기도 전에 특정 사건 번호를 미리 빼두는 방식으로 통진당 사건을 행정6부가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판 배당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도 혐의에 포함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배당을 임의로 통제할 수 있다면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개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심각한 내용으로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해서 사실 관계 파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고법 관계자들은 배당 조작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배당 조작을 시도한 이유는 1심에서 법원행정처 입장과 다른 소송 각하 결정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통진당 해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맡았다. 헌법상 정당해산 심판 권한은 헌재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산된 정당의 의원직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소송은 헌재와 법원 어느 쪽에서 맡는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대법원이 이 권한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민걸(57ㆍ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친분이 있는 김 부장판사를 항소심 재판장으로 선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달 구속 기소된 임종헌(59ㆍ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김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통진당 사건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간의 권한 분쟁적 성격이 있고 법원행정처에서 검토한 자료가 있다”고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배당 이후 인사 이동 때문에 사건을 직접 판결하진 않았고, 이동원(55ㆍ17기) 대법관이 후임 재판장으로 통진당 소송을 맡았다. 이 전 실장은 항소심 선고 전인 2016년 3월 이 대법관을 만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을 전달했다. 한달 뒤 재판부는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며 의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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