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25% 이상 “아시아 등 가장 유망” 글로벌 IB도 ‘비중확대’ 투자의견 中경기 살아나야 반등세 본격화
지난해 미ㆍ중 무역분쟁과 유럽과 미국의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으로 혼란에 빠졌던 글로벌 자산시장은 올해도 경기 후퇴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과 힘겹게 싸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인도와 베트남 증시의 선전이 기대된다.
씨티그룹은 최근 올해 글로벌 금융자산 중 아시아 신흥국 주식 펀드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펀드ㆍ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5% 이상은 아시아 태평양 신흥국 주식을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꼽았다. 미ㆍ중 무역 전쟁과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크게 커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씨티그룹 전략가들은 “무역 보호주의가 가장 큰 리스크지만 제한적인 충격만 준 채로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역시 올해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두 단계나 상향하기도 했다.
실제로 ‘나홀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해 4분기 들어 기술주 실적 악화와 무역분쟁 우려로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을 망라하는 ‘MSCI-World’ 지수 역시 지난해 9월말 고점 이후 연말까지 20%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신흥국 주식시장을 반영한 ‘MSCI-EM(신흥국)’ 지수는 같은 기간 9%가량 하락하는데 그쳤다.
신흥국 주식시장이 선진국 대비 선전을 이어가자 글로벌 투자자금 역시 신흥국 주식 펀드로 이동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심해지자 선진국 주식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이 신흥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로 급속히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하락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면서 “달러 강세가 둔화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자 신흥국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시장 중에서도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 위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 주식시장과 베트남 주식시장이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인도의 경우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발간된 OECD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은 7.3%로,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향후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년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연 7% 내외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고 해외 투자자들 역시 인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면서 “임금 상승과 무역분쟁 여파로 성장이 둔화된 중국을 보완하는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신흥강자 베트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 중반대의 경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내수 시장이 성장하면서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흥통화 지수는 13.1% 하락했지만 베트남 동화(VND)는 2.6% 내리는데 그쳐서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외환보유고가 63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양호한 거시경제 건전성에 주목한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B+‘였던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BB’와 ’Ba1‘로 상향조정했다.
올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EVEFTA가 비준되면 베트남의 경제 성장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소연 연구원은 “유럽연합은 베트남 수출의 19.6%를 차지해 미국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며 “EVFTA가 발효된지 7년 후에는 대유럽 수출품의 99%가 무관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인 중국의 부진이 이어지는 한 신흥국 주식시장의 반등세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일관되게 디레버리징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라며 “중국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으면 신흥국의 수출과 기업 실적은 회복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원호연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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