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에너지공기업 사장, 대다수 정치인 낙하산들로 채워져
발전 5사 단일화에 새로운 본사 발표 예정...새 거주지 이동 불가피
공공기관 지역분산이후 해당지역출신 정치인 자리로 변모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 109곳을 통폐합하면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임원들을 대거 교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 임원 수는 약 3500명이다.
다만 정부는 통폐합 대상인 109개 기관에서 일하는 약 12만명의 직원들에 대해서는 고용 승계를 100% 보장하기로 했다. 정규직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이 포함된다.
정부는 비용절감을 위한 통폐합이 아니다고 선을 긋는 상황이지만 관가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들을 합법적으로 교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관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524곳 가운데 109곳을 통폐합해 415곳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 자리도 100개 안팎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교체 대상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대다수로 파악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 6월 공공기관 342곳을 조사한 결과 기관장이 공석인 36곳을 제외한 306곳 가운데 226곳(73.9%)의 기관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였다.
가장 먼저 기관장 교체가 이뤄질 곳은 한국남동·남부·동부·서부·중부발전 등 5사다. 발전 5사 가운데 현재 사장이 재직 중인 4곳은 모두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인사다. 모두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다. 남동발전 사장 자리는 공모가 진행 중으로 최종 발표만 남은 상태다.
발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통합 발전사가 출범하면 민간 발전사와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거나 전력 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또 각 발전사 내부에서는 새로운 본사 발표이후 거주지를 옮겨야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2014년 남동발전을 시작으로 동서발전, 남부발전 등 전력공기업들은 일제히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했다. 지방으로 이전한지도 13년째다.ㅜ현재 발전 5사는 울산시(동서발전), 충남 태안군(서부발전), 충남 보령시(중부발전), 경남 진주시(남동발전), 부산시(남부발전) 등 전국에 흩어져 있다.
정부는 ‘규모의 경제’와 ‘선제적 대응력’ 확보라는 명문을 내세워 발전 5사를 단일법인으로 통폐합키로 했다. 또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해 해외 자원개발과 인프라 구축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통폐합은 상장 공기업과 국책 공기업 간의 통합인 만큼 가스공사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수금이 문제지만 표면적으로는 흑자를 내는 가스공사 주주 입장에서 자본잠식 상태의 석유공사 인수가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지분의 절반 이상인 54.48%는 정부(26.15%), 한국전력(20.47%), 지방자치단체(7.86%)가 갖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10.44%)과 일반 주주(28.61%)가 가지고 있는 지분도 39.05%에 달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20조원대 부채가 가스공사로 전이될 경우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실 자산이 통합 법인의 재무제표에 합산될 경우 전체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가스요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두 기관 모두 산업통상부 산하기관이지만 통폐합안에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인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이 포함돼 있어 두 부처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기후부 한 관계자는 “발표전날인 지난 2일 오후 늦게 공공기관 통폐합안을 확인하면서 기후부 영역인 수소분야가 산업부 산하기관 통폐합에 들어간 것을 봤다”면서 “이 과정에서 상의하거나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관가에서는 공공기관 통폐합이나 지방이전이 결국 정치인 낙하산 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출범이후 에너지공기업 사장 자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정치인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모 중인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전 사장에는 정치인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가 유력한 가운데 오영식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막판 뒤집기를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구에 본사를 둔 가스공사 사장에는 홍의락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7월 취임했으며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에는 2016년 총선 당시 강훈식 후보(현 청와대 비서실장) 사무실에서 선거 감시단장을 맡았던 임종석 변호사가 지난 4월부터 재직 중이다.
성남 지역 환경운동가인 하동근씨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지난 4월 취임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연간 이자 비용만 6500억원에 달하는 석유공사도 민주당 부천시 소사구 지역위원장출신인 손주석 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결국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해당지역 정치인들의 자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공공기관 질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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