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기니ㆍ라이베리아ㆍ시에라리온ㆍ나이지리아 서아프리카 4개국을 덮친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들 국가 경제까지 뒤흔들고 있다. 에볼라 긴급대책 시행에 따른 정부 예산 부족뿐 아니라 경제활동 저하, 해외투자 유치 축소 등 에볼라 후폭풍이 서아프리카를 본격적으로 엄습하고 있다.

2003년 전 세계를 휩쓸며 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은 500억달러의 경제 손실을 낳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에볼라 사망자는 1350명에 달한다. 때문에 에볼라의 경제 피해 규모는 더 막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아프리카 경제 ‘올스톱’=연초까지만 해도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랜 내전과 잇딴 전염병으로 주저앉았던 경제가 드디어 일어선다는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국내총생산(GDP) 5100억달러로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에 오른 나이지리아는 2위 남아프리카공화국(3530억달러)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순항하고 있었다.

2012년과 2013년 사이 GDP가 무려 20.1% 급증한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개발산업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기니도 지난해 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에볼라가 발병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이 같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세계은행은 기니의 농업부문 위축과 역내 교역 감소를 이유로 올해 GDP 성장 전망치를 -4.5~-3.5%로 하향 조정했다. 아프리카 1위 경제대국 나이지리아도 GDP가 최소 35억달러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라이베리아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5.9%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린폴리시(FP)는 ‘에볼라노믹스: 에볼라로 황폐화되고 있는 아프리카 경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에볼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향후 수년 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ㆍFDI 의존 경제가 문제=서아프리카 경제가 에볼라에 더욱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주요 원인은 이들 경제가 에너지 개발이나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의존하는 취약한 성장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만 해도 에너지 부문은 수출 수익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경제가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디스의 매트 로빈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나이지리아 경제수도 라고스에 에볼라가 본격 발병하면 서아프리카 석유ㆍ가스 산업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면서 “서아프리카의 (에너지)생산량 감소는 경제ㆍ재정 악화로 빠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에볼라 확산을 막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준 서아프리카 4개국 정부 때문에 향후 해외투자 유치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집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FDI 규모는 2012년 176억달러에서 지난해 168억달러로 5% 줄어든 상황이어서, 이 같은 감소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데이비드 피들러 연구원은 에볼라 뿐 아니라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정 불안, 부패 등이 겹쳐 FDI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큰폭의 ‘승수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阿 최대경제 나이지리아 어쩌나=아프리카 경제강국 나이지리아의 상황은 심각하다. 올초 북부지방에서 200여명의 여학생을 집단 납치한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이어 에볼라까지 덮쳐 ‘전호후랑’(前虎後狼) 상태에 놓였다.

우선 에볼라 공포가 확산하면서 기업ㆍ소비자의 경제활동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라고스 경영대학원(LBS)의 봉고 아디 교수는 FP에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보코하람 때문에 3.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던 올해 소비자 수요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인구 2100만명이 거주하는 경제수도 라고스, 원유 생산 중심지 니제르 델타지역까지 에볼라에 감염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데이비드 피들러 연구원은 “나이지리아에도 사망자 4명, 감염자 15명이 나오면서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업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책자를 돌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향후 성장 전망에도 물음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