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2015년 3조540억 → 2017년 10억 ‘급감’ 文 “평화가 경제”…향후 연평균 5조7000억원 효과 고질적인 한반도 리스크 완화 기대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오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남북경협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평화’가 ‘돈’이 되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 제자리 걸음이거나 되레 후퇴를 불러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2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도 남북교역액은 불과 91만1000달러(한화 약 10억2500만원)에 그쳤다. 남북 교역규모는 지난 2015년 27억1500만달러(3조540억원)까지 불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16년 3억3300만달러(3740억원)로 급감했다. 이듬해부터 남북 간 무역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교역규모는 90만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이 전면 중단된 영향이었다.
북-미간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ㆍ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제를 풀고 싶지만 북한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국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한 남북경협 재개와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이다.
이미 이번 정부는 ‘평화가 경제’라는 구체적인 비전까지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향후 30년간 남북경협의 경제적 효과가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개성공단은 10만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고, 경기도 파주의 상전벽해도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2017년 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발언이었다. 보고서는 개성공단 160조원, 금강산과 지하자원 개발사업 각각 4조원 등 2047년까지 총 170조원, 연평균 5조7000억원의 경제성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협력단계를 넘어 남북경제통합을 추진하면 남한에서만 346조6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IBK경제연구소도 2038년까지 20년간 남북경협 10대 사업의 투자비는 63조5000억원,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379조375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을 미리 예측한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20년간은 한반도에 뜨거운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주한미군 기지를 어떻게 할지가 문제이지만 머잖아 한국과 통합해 북한의 문호가 열릴 것”이라며 “북한은 천연자원이 많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저임금 노동력도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 역시 한반도에서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갈길은 멀다. 우선 대북 제재 완화가 해결돼야 한다. 국제연합(UN)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미국도 독자적인 결의안, 법안 등을 통해 남북경협을 제한하고 있다. 2016년 2월 발표된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은 북한의 금융과 경제에 관한 전방위적 제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의 전원 석방, 자유로운 정치활동 허용 등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이수현 법무법인 세종 남북경협팀장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쪼개 주고받게 될 텐데 우선 관광 분야는 제재로부터 자유롭고 추가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아 당장 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강산,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자문을 맡으며 북한을 4번 방문했던 그는 “북한이 더 이상 핵물질을 만들지 않는다고만 선언해도 향후 북으로 유입되는 돈이 경제적인 용도로만 활용될 것이라는 유연한 해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층 더 완화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2일 기준 34.06bp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1월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분위기가 확산되고,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앞두고 있는 등 남북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달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AA-,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내달 개최가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진전이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거시경제 성과는 긍정적인 요인이었지만 고령화, 낮은 생산성 등과 함께 지정학적 위험이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공연하게 존재했던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제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면서도 “다만 심리적 측면에서 경제활력을 살리는 측면이 있을 뿐 실질적인 한반도 투자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고 분석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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