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올해 상반기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랜드리테일이 촉박한 시간표와 공모 흥행에 대한 우려로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가운데, 당장 마주하게 된 약 5000억원 규모의 재무부담이 이랜드리테일 신용도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입, 소각하게 됨으로써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하는 것은 부정적이지만, 등급 하향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했던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잠정 보류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랜드그룹은 큐리어스, 프랙시스캐피탈, 큐캐피탈, 엔베스터, 동부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이랜드리테일 지분 69.7%를 보유한 6곳의 FI가 올해 6월 19일까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한이 임박한데다 최근 공모 시장 분위기가 위축돼 있어,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이 시장에서 적정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FI와 이랜드월드간의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랜드그룹은 콜옵션을 행사해 FI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이 이랜드리테일69.7% 지분을 매각하면서 유치했던 자금은 6000억원. 이 중 2000억원(지분율 기준 23.2%)은 이랜드그룹이 후순위 출자자로 재투한 것으로, 실제 그룹이 되사와야 할 지분은 46.5%이다. 이랜드그룹은 FI와 약정한 보장수익을 포함해, 이 지분을 484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분의 매입주체는 이랜드리테일로, 매입된 자사주는 향후 소각될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당장 4840억원을 부담할 여력이 있을까. 우선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 자산 315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랜드리테일은 보유하고 있는 동아백화점 대구 본점과 NC백화점 이천점, NC아울렛 경산점, 동아마트 포항점, NC백화점 수원점 5개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약 15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이랜드월드에 대한 대여금 회수(1000억~1500억원), 차입조달(500억~1000억원) 등을 통해 자사주 매입 대금을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 확대 및 자사주 매입(자기자본 차감)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의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하는 점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이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한 후 소각할 경우,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91%에서 115.5%로, 차입금의존도는 31.5%에서 36.2%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순차입금의존도 또한 23.0%에서 31.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이랜드리테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매각될 예정인 5개 점포의 매출 및 영업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도 약 4368억원(연결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랜드리테일의 재무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점, 소요자금의 일부는 이랜드월드에 대한 대여금 회수로 충당할 계획인 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연구원은 “이랜드리테일의 자사주 매입대금 조달계획은 자산매각 및 대여금 회수 등을 주요 전제로 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