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장점유율 기준 넘어 정보자산 결합 효과에 주목 공정거래위 판단기준 변화 신산업 분야 평가잣대 시급
“지금까지 기업결합과 관련한 공정거래 규제에 있어 핵심은 시장점유율, 즉 ‘매출’이었죠.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빅데이터나 지적재산권(IP) 등 정보자산의 결합에 대한 경쟁제한 효과 측정 기준이 마련되는 등 규제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법무법인 태평양 강일 변호사)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총 702건. 직전 연도 대비 금액은 소폭 줄었지만, 건수 자체는 34건이 늘어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건수가 기록됐다. 보호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약화 등으로 인해 인수합병(M&A)이 중요한 성장전략 혹은 사업재편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그간 매출액 중심이던 독점의 기준이 확장되면서 공정거래법 또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했다. 혁신 시장 혹은 신산업 분야의 시장 집중도나 정보자산 결합의 경쟁 제한 효과 등을 측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법무 자문을 하고 있는 강일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는 “그간 기업결합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던 ‘비(非) 매출적’ 요인들에 대해 심사할 수 있는 방법론들이 구체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변호사는 이미 비매출 요인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M&A가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인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딜은 모바일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퀄컴이 자동차, 보안 등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NXP를 인수해 스마트카, 사물인터넷 등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각 회사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각 기술이 모바일기기 등에 한꺼번에 탑재될 경우 시장의 혁신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IP나 빅데이터와 같은 쟁점에 따라 대규모 기업결합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결합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 변호사는 “최근에는 산업구조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의 M&A라면 상황적 특수성이 좀 더 고려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태평양이 자문했던 딜 중에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은 (주)선광 등 9개 부두운영회사의 합작회사 설립 승인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천 내항의 경영 여건은 물동량 감소, 하역사 난립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었고, 이에 해양수산부는 내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부두운영회사들의 통합을 적극 유도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경쟁제한성 이슈가 불거질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시장과의 소통 끝에 결국 공정위는 ▷합작회사가 인천 내항 재개발을 위한 제한적 목적 아래 설립된다는 점 ▷하역업자가 일방적으로 요금을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경쟁제한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해외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국내 경쟁당국의 규제 강도는 어떤 수준일까.
강 변호사는 “기업결합 신고 요건인 매출 또는 자산 기준이 높지는 않지만, 심사 자체는 효율적이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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