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어르신 무료 독감 예방접종, 경로당 냉난방비와 쌀값 지원, 어린이 A형 간염 무료 예방접종, 대학 등록금 지원, 보육교사 지원 확대, 지방 공장 설비투자비 지원 확대, 산후관리 서비스 지원 확대 그리고…”
지난 2일 새누리당은 “내년부터 시행키로 당정이 결정했다”며 이 같은 정책 사업들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를 위해선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18조원 이상 늘어난 374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내년 나라 살림살이 가운데 복지예산 규모가 사상 최대로 커져 110조원을 넘어선다는 설명도, 친절하게 덧붙였다.
그런데 이날 당정이 일언반구 꺼내지 않은 게 있다. 재원마련 계획이다. 복지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나랏 돈을 쓰겠다는 데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펑펑 돈만 쓰겠다고 하면 다가 아닌다. 가장의 돈벌이 규모를 감안해 살림살이를해야하는 주부처럼 당정도 세수 재원을 감안해 예산을 짜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은 마당이다. 올해 예산보다 늘어난 증액분을 어떻게 마련할 지 당정은 개략적인 수준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한 정책위원은 “아직 그건 논의가 안됐다”라고 했다. 세입예산 대비 국세 수입이 적어 3년 연속 ‘세수 펑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참 한가한 말이었다.
지난 6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172조3000억원, 총지출은 196조6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24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당장 쓸 수 없는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분과 공적자금상환소요를 빼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3조6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이날 당정의 발표를 두고 ‘추석 민심’을 노린 여권의 이미지 정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당정의 발표 내용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밥상 자리에서 민심이나 얻어보자’는 식으로 비춰진다. 초선의 한 새누리당 의원도 “‘내년에 자동차를 사겠다’고 말해도 돈이 없으면 결국 차를 못사는 게 아니냐”라면서 “하다못해 한 가정이 집안 가계부를 쓸 때도 한 해 들어오는 수입을 먼저 고려해서 지출 계획을 세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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