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연, 산안법 개정안 의견서 고용부에 전달 - 도급인의 책임강화만 집중…산업현실 반영 요구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경제계가 산업안전보건법의 불분명한 규정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산안법의 불분명한 규정들이 하위법령에서도 해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도급인의 책임 강화에만 집중하는 측면이 있어 산업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경연은 개정 산안법이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명령의 요건과 범위를 ‘급박한 위험’, ‘불가피한 사유’, ‘동일한 작업’ 등으로만 규정할 뿐,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감독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작업중지명령은 해당기업과 협력업체 등 관련 사업 전반에 손실이 전가되는 만큼, 불가피한 경우에만 내려지도록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경연은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절차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시행규칙 개정안과 고용부 지침에 따르면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와 관련된 작업근로자 과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어디까지 의견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노조가 근로조건 개선, 파업 등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 작업중지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작업중지명령은 급박한 위험이 있어 내려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위험이 해소되면 작업중지도 해제돼야 한다”며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 요청을 하면 즉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해제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개선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도급인의 책임 장소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개정안은 도급인의 책임범위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장소’ 중 22개 산재발생 위험장소로 확대했는데, 이 역시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급인이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업장을 대상으로 순회점검, 작업환경측정 등을 실시하는 데 애로가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계는 ‘중량비율 1% 이상의 황산, 불산, 질산, 염산’을 취급하는 작업을 도급하는 경우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화학물질관리법 상의 도급신고 의무와 중복되는 것은 물론, 화관법에 비해 산안법 개정안의 규정 상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며 이에 대한 시정도 요구했다.
추광호 한경연 실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감독기관이 사업장 전체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작업중지명령은 기업과 관련 산업에 큰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작업중지명령의 범위와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도급인의 책임범위 확대로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는데, 책임 장소와 의무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계의 의견이 최대한 많이 반영돼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으면서 산업안전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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