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 학생 등 외국인의 적응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 종로의 ‘무지개청소년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ㆍ베트남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추석을 맞아 이들 학생을 격려하기 위해 센터를 찾아 수업을 참관하던 중 칠판에 중국어로 적혀 있던 ‘나라’ ‘사람’ ‘장래희망’ 등의 단어를 유창하게 읽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

대한민국의 정상으로서 각국의 수장을 만날 때마다 적재적소에 해당국 언어를 구사해 외교 지평을 넓히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구사하는 언어는 몇 개나 될지와 언어 습득 배경에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엔 길지는 않지만 스페인어를 구사해 이목을 끌었다. 교황 방한 당일 서울공항에 직접 나간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스페인어로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어느 정도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알았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통역관을 따로 만나 발음을 재차 확인하고, 궁금한 표현들을 물어 미리 더 준비했다고 한다.

이후 이어진 대통령과 교황 간 정상면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즉석에서 임기응변으로 스페인어를 말해 큰 호응을 얻은 걸로 알려졌다. 교황이 “평화는 선물입니다. 그 선물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인데 대통령께선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분인 것 같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평화는 수고할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이라고 스페인어로 화답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통하게 웃으며 “맞아요! 맞아요! 평화는 선물이예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박 대통령의 스페인어를 극찬했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다. 그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말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박 대통령이 남북 통일에 관해 얘기하면서 스페인어로 “희망을 결코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어학에 대한 관심은 단기적인 게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관심이 있었고,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가 외국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비롯한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 초청 만찬에서 “어머니가 학교 다닐 때 언어라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를 했다”면서 “제가 어머니 말씀을 순진하게 들어서 방학 때도 스페인에 공부도 하러 다니고 노력했다. 그게 그렇게 잘 쓰일 수가 있다고 생각을 전혀 안했다. 그게 꼭 필요한 거라고 하니까…. 외국어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니까 열심히 배웠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면서 외국 손님을 엄청나게 많이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외국의 대사 이런 분들이 부임하게 되면 부인은 제가 따로 만나고, 국빈이 오게 되면 어머니 대신 호스티스를 하면서 국가원수 옆에서 대화할 기회도 많고, 이러다보니까 뜻하지 않게 그동안 갈고 닦은 언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아프리카에서 온 외빈의 경우에는 불어로 하고, 남미쪽에서 온 손님들은 스페인어를 하고 나머지는 영어를 해서 아주 잘 써먹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010년 7월 한 잡지와 인터뷰에선 “(돌아가신)어머니는 지금 내게 무엇을 원하실까라고 생각해봤어요. 어머니가 내게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났어요. 그 이후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익혔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어 구사 능력엔 야당 국회의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초 모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에 가면 프랑스어로, 스페인에 가면 스페인어로, 영어 국가에 가면 영어로…. 조용조용한 분이 외국어로 질문을 하니까 한층 돋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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