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에 무역전쟁 여진…반도체 등 주력산업 회복 지연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작동하고 최대 악재인 미중 무역전쟁도 최악의 파국은 피했지만, 하반기 우리경제는 여전히 ‘안갯속 험난한 여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경제활력의 핵심인 수출과 투자가 동반 감소하고 세수 위축으로 정부의 재정확대 여력도 제한되는 등 수출ㆍ투자ㆍ재정의 ‘3대 절벽’이 우려된다.

여기에다 지난해 우리경제가 2.7% 성장하는데 절반 가까이 기여했던 반도체 경기가 당초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회복이 불투명하고,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의 파장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 속에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경제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고, 최저임금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증폭되며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하반기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은 수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주의에 따른 세계 교역 감소를 반영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했고, 이는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하반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 변수인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주말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추가 관세 부과를 잠정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키로 하면서 일단 휴전 국면에 진입했다. 최악은 피했지만, 양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고 불확실성이 상존해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등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나설 경우 피해가 직접 한국에 돌아올 수 있다.

이처럼 여건이 불확실해지자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있다. 통계청의 설비투자지수는 2017년에만 해도 전년대비 14.1% 증가했으나 지난해 -3.8% 감소세를 보였고, 올 1분기에는 감소폭이 -19.6%로 확대됐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 이후 내리 4분기 연속 감소세다. 정부가 규제완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 등 민간소비가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일자리와 소득 개선이 불확실한 가운데 고령화와 노후불안 등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소비가 계속 증가하기엔 한계가 있다. 내수 촉진과 자동차 업계 지원을 위해 지난해 7월 시행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3차례 연장됐지만, 승용차 판매량이 반짝 증가한 후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마지막 기댈 곳은 정부의 재정확대와 한은의 금리인하이지만, 이 조차 여건이 만만치 않다. 재정의 경우 추경 처리 지연으로 당초 기대했던 경기촉진(1.0%포인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상반기 조기집행과 세수 부진 등으로 하반기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 중 금리인하가 예상되지만, 향후 정책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큰폭 인하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번주 내수 확대에 방점을 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런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할 묘수를 찾아낼지 미지수다. 경제활력 총력전으로 하반기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끌어올리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2% 초반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경제와 민생 회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ㆍ노동계ㆍ정치권 등의 적극적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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