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부산)=유병철 기자] 탁구 국가대표 정영식(27 미래에셋대우)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흥미롭다. 비유하자면 펀더멘탈이 아주 좋음에도 전문가들에 의해 저평가된 주식과도 같다. 잠깐 선수생활을 했던 아버지(정해철) 덕에 일찌감치 탁구를 시작했고, 내동중-중원고를 거치며 늘 또래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는데도 그렇다. 주니어 시절부터 정영식은 탁구계에서 “(지금은 잘하지만)크게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절하를 당해왔다. 실제로 고등학교 동기 서현덕(보람할렐루야), 김민석(천안중앙고-KGC인삼공사)와 3인방을 형성했지만, 실제로는 둘만 ‘탁구천재’ 수식어를 달고, 더 많은 스카우트비를 받았다. 정영식은 꽃미남에, 정말 열심히 한다는 ‘위로성’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호리호리한 체형과 이로 인한 파워부족이었다. 많은 탁구인들이 정영식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에는 ‘한방’이 약하다고들 지적했다. 심지어 ‘이상한 탁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탁구의 주류는 이런 식으로 늘 정영식을 낮춰봤다. 10년 흐르고, 세 선수 모두 군입대를 앞둔 지금은 어떨까? 정영식(세계 20위)은 소속팀 후배 장우진(10위)과 함께 국가대표 쌍두마차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빠짐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직도 파워는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의 백핸드기술과 노력 하나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정영식 탁구’를 만들었다. 서현덕, 김민석에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영식 저평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탁구로는 중국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영식은 늘 태극마크를 달고, 선전을 펼쳤지만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중국선수에게 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6일 2019 신한금융 코리아오픈 탁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정영식 주식’이 모처럼 상한가를 기록했다. 남자단식 8강에서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은 판젠동(중국 3위)을 게임스코어 4-2로 꺾은 것이다. 지난 대회 3관왕 장우진이 발부상으로 중도하차한 가운데, 한국의 희망으로 유일하게 남았기에 더욱 뜻 깊었다. “이번 대회를 살렸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실제로 현장의 탁구인은 물론,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낼 만큼 멋진 승리였다. 정영식도 크게 환호를 올렸다. 이어진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상수(삼성생명)와 짝을 이룬 정영식은 세계 1, 3위인 쉬신-판젠동 조에게 게임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누가 못했다기보다는 ‘복식의 왕’인 쉬신의 플레이가 워낙 빼어났기 때문이었고, 정영식은 언제나처럼 열심히 했다. 이날 정영식의 1승은 값지다. 판젠동은 한달 전만 해도 부동의 세계 1위였고, 중국이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는 강자이기 때문이다. 정영식이 6번 붙어 모두 진 것은 물론, 한국선수가 그를 이긴 것도 2014년 2월 조언래(현 여자대표팀 코치)가 카타르오픈 16강에서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이런 판젠동을 상대로 정영식은 멋진 장면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특히 게임스코어 1-2로 뒤진 상태에서 4게임을 7-10으로 뒤지다 끝내 승리를 따낸 것은 압권이었다. 정영식의 ‘중국 넘어서기’ 집념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강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신의 모든 탁구인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회 전에도 “세계랭킹 5위 이내의 중국선수 2명을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6일 승리 후에도 “(도쿄)올림픽까지 384일이 남았습니다. 판젠동을 이긴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올림픽에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384일. 정영식은 중국을 꺾고 세계 정상에 서는 날을 하루하루 세고 있는 것이다. 이쯤이면 좀 '이상한 탁구'일지는 몰라도 정영식의 탁구는 응원해야 한다. 정영식은 대회 마지막 날인 7일 오전 10시 중국의 마롱과 준결승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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