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4개월…2배로 일해야” 세월호법 野·유가족 요청 거부 정국 주도권 장악 포석 초강수 법안 통과 與野 정면충돌 우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서울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를 찾아 출범 50주년을 맞은 산업단지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연휴 이후 이어지고 있는 창조경제 강조의 연속선상이다. ‘경제 우선 대통령’ 이란 이미지 각인을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ㆍ기소권 부여 불가’, ‘특검추천권 추가 양보 없음’ 등 초강수를 둬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버전’이다.

세월호 정국 정면 돌파를 선택한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는 현 정치권 상황과 민심 등을 두루 살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정운영 방식이 야권의 극렬 반발을 불러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 피로도 높아진 민심+야당의 지리멸렬 판단이 결단 불러=박 대통령의 ‘9ㆍ16 국무회의 발언’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정확히 5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야당과 유가족들의 요청을 거부한 게 골자다. 그동안 특별법은 국회에 맡기기로 하고 침묵을 유지하던 박 대통령으로선 ‘결단’을 공식화한 셈이다. 더불어 특별법 제정을 빌미로 각종 민생 법안 처리에 손 놓고 있는 야권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세비 반납’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이런 강경기조는 일단 여론이 청와대와 여당의 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정치권에서도 이번 추석에 국민들께서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민심을 살피고 들었을 것”이라고 국무회의에서 말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대한 불만이 80%를 넘게 나온 것에서도 대다수 국민은 이제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주문하는 걸로 박 대통령은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분란이 겉잡을 수 없는 와중이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 행적 미스터리’도 검찰 수사 결과, 의혹 당사자가 모처에서 대통령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만났다고 확인된 점도 박 대통령의 강공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여당이라도 나서서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힌 건 야당의 협조가 없더라도 여당 주도로 전열을 정비해 주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추후 국회에서 여야 의원간 정면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박 대통령 스스로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靑 “잃어버린 4개월…2배로 일해야” 분위기=정치권엔 냉기류가 흐르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목표 설정은 명확해 보인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챙기기다. 박 대통령은 그간 이렇다 할 국정운영의 성과물이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조바심을 자주 내비쳤던 걸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기간을 ‘잃어버린 4개월’로 보고 경제 활성화를 ‘제1 과제’로 놓고 뛸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월호 국면으로 일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사라진 게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세월호 때문에 경황이 없었던 것이라고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2배로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국면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자신의 국정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결실들이 하나 둘 맺어지고 있는 데 대해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등 세계 유력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잇따르고 있고, 또 다른 해외기업의 추가적인 투자도 최종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 지방자치단체를 3각으로 연결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창조경제 활성화의 토양을 마련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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