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능력은 역대 최장 감소세…내·외수 위축으로 재고율 역대 최고 수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10월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경제 지표가 동반하락하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이자 기반인 제조업 생산능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투자는 올 1~10월 누계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0%대의 큰폭 감소세를 보였고, 제조업 생산능력은 역대 최장기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올 1~10월 누계로 전년동기대비 10.5%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3.5%)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으로 두자릿수의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설비투자 감소폭이 -10%를 넘을 경우 이는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제조업 등 산업기반이 사실상 붕괴됐던 1998년(-37.5%) 이후 21년만에 처음이 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설비투자가 9.6% 감소했다. 그만큼 지금의 설비투자 위축은 과거 경제위기 때만큼이나 심각한 셈이다.

이러한 설비투자 위축은 제조업 생산능력 자체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지난해 1분기 0.2%(전년동기대비) 감소를 시작으로 올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쪼그라들었고, 4분기 첫달인 10월에도 2.0%의 비교적 큰폭 감소를 보였다. 기업들의 설비증설이나 신설투자 규모가 공장폐쇄 또는 생산시설 철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산능력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에 착수한 이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생산기반 자체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의 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율은 높아지면서 향후 투자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 10월 73.2%로 전월(75.5%)에 비해 2.3%포인트나 급락했다. 제조업 생산량을 생산능력으로 나누어 산출하는 가동률은 그동안 산출의 기준이 되는 생산능력의 감소로 인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올 1분기 71.8%를 저점으로 3분기에는 74.5%까지 올라왔다. 공장폐쇄 등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가동률이 조금씩 올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10월에 가동률이 다시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6.0% 증가했다. 생산을 해도 수출과 내수 등 판로가 마땅치 않아 상품이 공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재고량을 출하량으로 나눈 재고율은 지난달 115.8%로 전월(113.4%)보다 2.4%포인트 급등했다. 재고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째 110%를 넘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경기가 순항하던 때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당장의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을 확대해 투입하고 소비 진작책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기반을 강화하지 못하면 경기부양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되면 경기가 반등해도 지속되기 어렵다. 지금 우리경제 주요 지표들이 이런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당장의 경기진작을 넘어 경제기반 강화에 강한 방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