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상륙한 지 보름가량 지났다. 확진자가 수십여 명으로 증가하고, 최초 발병지인 중국에 다녀오지 않아도 병에 걸리는 2~3차 감염자들이 등장하면서 신종 감염증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가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되면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마트나 쇼핑몰, 영화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가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어야 하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만나는 회식은 미루는 추세다.
그래도 외출을 해야 하면 반드시 마스크를 챙겨 쓰고, 새로운 장소에 가게 되면 손소독제부터 찾는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 왔던 필자도 매장에서 쓰는 머그컵으로 커피를 마실 때, 혹은 푸드코트에서 제공하는 공용 컵으로 물을 마실 때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든다. 감염병이 도는 상황에서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는 이 컵의 위생 상태에 확신이 없어서다. 바다거북이 콧구멍에 빨대가 끼어 숨을 못쉬는 유튜브 영상을 본 후 ‘적어도 남은 생애에는 절대 빨대는 쓰지 말자’는 필자의 결심이 흔들릴 정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유통업계는 죽을 맛이다. 많은 고객이 매장을 찾아야 물건도 사고 음식도 먹을 텐데, 대대적인 할인 작전으로 겨우 밖으로 유인했던 고객들이 다시 집으로 꽁꽁 숨어버렸다.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인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이마트, 롯데백화점, CJ 등 유통 대기업들도 ‘악’ 소리가 날 정도다.
물론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자진해서 확진자가 거쳐간 매장을 닫고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매장의 규모에 따라 이틀에서 닷새 정도 문을 닫게 돼 매출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되기는커녕 ‘확진자가 거쳐간 매장’이라는 낙인으로, 오히려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지금까지 임시 휴업을 한 유통매장은 총 63개. 휴업으로 본 손해를 추산하기 어려운 매장을 빼더라도 1500억원 이상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유통업계에 정부의 자비란 없다. 자진 휴업에 따른 손해 보상은커녕, 서슬퍼런 정부 규제는 여전하다. 장사가 아무리 안돼도 마트들은 한 달에 두 번은 꼭 쉬어야 하고,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 모처럼 신규 점포를 낼 때도 상권 영향은 물론, 지역협력을 고려해 계획서를 내야 한다.
목 좋은 곳에 매장만 지으면 장사가 잘되던 호시절은 지났다. 온라인몰과 가격 경쟁은 물론, 배송도 택배사나 배달업체보다 빨라야 한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 탓에 소비심리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예전처럼 유통사들이 고객이나 협력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호시절에 휘둘렀던 ‘규제의 칼’을 지금 똑같이 휘둘렀다가는 유통업계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규제에도 유연함이 필요하다. 규제 당국에도 필요하다면 조조와도 손을 잡았던 ‘손권식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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