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업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연쇄 도산을 우려하고 있는 업계선 단기간 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근로시간 확대를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총 506건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접수됐다. 주52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원인별로 보면 방역 197건, 마스크 등 49건, 국내생산증가 49건, 기타 211건이었다. 기타에는 일반 기업의 방역 관리 담당자들, 해외여행객 지원하는 대사관 인력 등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이 중 고용부는 480건(94.9%)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업무량이 밀렸고, 이를 단기간 내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유를 증명해야지만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개별 근로자의 동의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들어온 특별연장근로 신청 건수가 총 967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두 달 남짓 기간에 연간 신청 건수의 절반 이상을 기록한 셈이다.

그만큼 산업 현장에선 근로시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현대차 협력업체 38곳 대표들은 현대차 노사에 '완성차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한 탄원서'를 전달했다. 현대차도 실제 3개월 한시적으로 주당 56시간 근무를 검토 중이다. 특근을 통해 부품업계 생존을 돕고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밀린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사업장 폐쇄, 근로자 자가격리 등의 영향으로 영업을 재개할 때 주52시간제에 맞춰 작업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고도 호소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등을 건의했다.

심지어 한시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예하자는 주장도 있다. 울산시는 최근 전국 시·도협의회에 '자동차업종 주 52시간 근무제 한시적 유예 방안' 대정부 건의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로 우선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최대한 연장근로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부터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인가 요건을 확대했고, 사태가 급박할 경우 사후 승인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또 50∼299인 기업은 올해 12월까지 계도기간을 부여받기 때문에 근로시간 제약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일시 유예가 어렵다면 특별연장근로 예외 확대라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한다. 현행 특별연장근로는 시행 기간이 4주 이내로 제한되며 개별 근로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등 신청 조건이 까다롭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승인을 받는 데 수일 걸리고 서류 절차도 복잡하다"며 "개별 심사보다는 노사간 합의만으로도 인가받을 수 있게 하고, 생산직 외 경영관리직도 인가받을 수 있게 행정절차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게 필요해서 연장근로 완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론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