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담보 가치 하락시

증거금 추가납부 의무

자산가격 연쇄 붕괴 등

위기시 현금 증발 주범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환매조건부채권(RP) 관련 담보가치 급락 사태가 심각했지만, 국내에서는 인기상품인 주가연계파생증권(ELS) 헤지에서 문제가 발생, 현금 증발 현상을 초래했다. ‘마진콜(margin call)’ 공포다.

마진콜이란, 선물계약 기간 중 선물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증거금 부족분을 급히 보전하라는 전화(call)를 받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투자자가 이 요구를 무시할 경우 거래소는 자동반대매매(청산)를 통해 거래계약 관계를 종결시킨다.

ELS(Equity-Linked Securities)는 주식이나 주가지수 수치의 변동에 따라 지급 이익이 결정되는 증권을 가리킨다. 자산을 우량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고 일부를 주가지수 옵션 등 금융파생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증권사는 ELS를 발행하면 가입자들에게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헤지를 한다. 유로스톡스50·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해당 지수 선물의 매수 포지션을 취한다.

증권사별로 많게는 7조원 넘는 자체 헤지(위험회피) 규정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증권사 전체적으로 는 자체 헤지 규모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올 1분기 이들 지수가 단기 폭락하면서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 담보가치가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증권사들은 부라부랴 기업어음(CP)을 팔아 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해 마진콜에 대응했다. 대규모 현금 마련을 위해 자산매각과 차입을 늘어나면 금융시장은 연쇄 충격에 빠지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평균 외환거래액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ELS를 판매한 증권사들이 마진콜 대응을 위해 긴급히 달러화 자금 조달을 늘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증권사의 단기사채 발행규모는 약 173조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59%를 차지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26% 가량 증가했다.

ELS 마진콜 충격 등 증권사들의 유동성 부족으로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제도를 한시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ELS 발행액은 약 100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에 총 99조9000억원 발행돼 전년보다 15.2% 늘었다. 저금리가 지속하고 글로벌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보여 조기상환이 증가하며 ELS 투자 수요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연초 해외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발행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단 관측이 나오지만 다시 예년 수준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gil@heraldcorp.co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마진콜 사태를 소재로 한 2011년 개봉작 영화 '마진콜' 포스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마진콜 사태를 소재로 한 2011년 개봉작 영화 '마진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