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강하고 빛 투과율 99% 에너지 효율높아…日 쿼츠렌즈 대체품 떠올라

처음엔 소기업 제품에 의구심…이젠 롯데월드타워·코엑스 등 대기업 먼저 찾아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35)를 설명하는 최적의 단어는 ‘집념’이다. 사람부터 기술, 투자에 이르기까지 기업을 완성하는 요소들을 집념 하나로 끌어와 현재의 아이엘사이언스를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장래희망은 줄곧 사업가였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대통령이나 과학자, 피아니스트 같은 꿈은 사치였고, “직장 다니는 것으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어렸을 때는 사업가라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잖아요. 일기를 쓰거나 자기소개를 하면 항상 꿈은 사업가라고 했어요.”

사업가라는 목표와 기계에 대한 흥미가 만나다보니 자연히 대학도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초등학교때 라디오 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했고, 이후 리모컨부터 TV, 라디오 등 닥치는대로 분해·조립을 반복했을 정도로 관심과 재주가 있었다. 공대 졸업생들이 고스란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굴지의 기업에 들어갔던 ‘취업 성수기’ 시절인 2008년, 동기 한 명을 꾀어 창업을 했다.

“그 때는 ‘청년창업’이란 말도 없었어요. 친구와 함께 창업하긴 했지만 급여를 매달 챙겨주겠다고 약속하고 데려온 것이니 사실상 직원을 모은 것이고, ‘1인 창업’이었습니다.”

오랜 꿈이었던 창업을 앞두고 그도 나름 ‘CEO 트레이닝’을 거쳤다. 군 생활을 전후해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실무를 익히며 회사 운영 방식을 고민했다. 입대 6개월 전 무작정 찾아가 아르바이트 시켜달라며 일을 시작한 비트컴퓨터에서는 조직간 소통을 배웠다. 제대 후 1년여간 일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기업 특유의 철저한 시스템 관리가 강점이었다.

“비트컴퓨터는 정말 소통을 잘하고, 조직문화가 끈끈했던 곳이었습니다. 2005년에 입사해 6개월을 일했을 뿐인데 당시 같이 일했던 직원분들과 아직도 연락을 할 정도예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문화는 딱딱하지만 문서 작업만 해도 체계가 아주 잘 잡혀있었습니다. 이런 장점들을 다 흡수해서 내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려기 위해 뒤늦게 경영학 공부도 거쳤다. 수업에서 쌓은 역량을 마음껏 풀어내야 하는데, 생태계 내 극심한 경쟁에 부딪혔다. 발광다이오드(LED)는 창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두 손을 들고 나갔을 정도로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이었다.

“대학에서 처음 공부한 것이 전자제품 설계 회로였는데, LED와 태양광이 다각화되면서 사업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경쟁사가 많아진다는 단점도 있었어요. 이들을 상대로 싸우다가는 승산이 없겠다, 이들을 내 고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경쟁사들을 고객으로 만들려면 신기술을 개발해, 누구나 찾을 수밖에 없는 필수 소재를 공급해야겠다고 판단했다. LED는 직진성이 강해 항상 앞에 렌즈가 필요한데, 렌즈 종류가 3개 뿐이고 단점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LED 렌즈 소재는 플라스틱, 아크릴, 유리 등이다. 플라스틱과 아크릴은 열에 약하고, LED에서 발생하는 열을 받으면 녹아내리거나 색이 노랗게 변색되기도 한다. 빛 투과율이 80% 정도로 낮아, 에너지 효율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금형을 제작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게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유리는 열에 강하고 투과율이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보다는 좋지만, 1000℃에서 굽는 등 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소재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사람, 기술, 투자를 향한 송 대표의 집념이 총 동원된 부분이다.

아이엘사이언스의 퀀텀점프를 이끌 사람을 모으기 위해 송 대표는 당시 서태석 네패스 부회장을 3년간 설득했다. 네패스 신소재 상장 과정에서 서 부회장의 역할과 LED 기술 역량에 대한 얘기를 전해듣고, 서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3년간 매주 월요일마다 충북 오창으로 찾아갔다. “당시 회사 매출이 10억원에 그쳤지만, 연봉부터 근무환경까지 모든 것을 맞춰드리겠다고 설득했습니다. 회사 규모에 비춰보면 그 분을 모시기에 작은 곳이었지만, 사람한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향한 집념은 뜻밖의 기회를 낳았다. 서 부회장과 인연이 깊었던 LED 분야 석학을 통해 실리콘 LED 렌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송 대표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할 엄두가 안 나는게 실리콘 렌즈”라고 전했다.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유리는 고체 원료를 녹여서 사출하는 것인데, 실리콘은 애초에 액상이라 성형시키는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자칫하면 기포가 차고, 성형이 안됩니다. 성형을 상용화 시키는데만 6년 걸렸어요. 장비가 없으니 주사기에 원료를 넣어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장비도 직접 개발해서 만들었어요.”

소기업이 연구개발에 6년이란 시간을 쏟다보니 자금에서 속속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 LED 조명 사업을 지속했지만 버는대로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회사 사정이 녹록할리 없었다. 은행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지인들한테도 수도 없이 돈을 빌렸다. 주변에서 “이러다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 “포기하는 것도 사업가의 미덕”이라며 말렸지만 그는 “잘못될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안했다”고 한다. “4년, 5년 넘어가기 시작하니 주변에서 다들 이제 그만하라고 말렸는데, 회사에서는 제 성격을 아니까 ‘한 번 하면 끝을 봐야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누구보다 현장을 많이 다녔고, 현장에서 뭘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확신이 있는 것은 끝까지 하는 편이라, LED 렌즈도 결과물 나올때까지 계속 했을겁니다.”

6년의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실리콘 렌즈는 단숨에 일본산 쿼츠(석영)렌즈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떠올랐다. 열에 강하고, 빛 투과율이 99%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금형을 만들 필요가 없어 제작비도 절감된다.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깨짐 현상, 상부와 하부 기판 정렬시 파손으로 인한 불량률을 낮출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서 속속 아이엘사이언스를 찾고 있다. 한·이스라엘 연구재단이 20억원을 출연해 아이엘사이언스와 연구개발도 같이 할 정도로 원천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실리콘 렌즈 덕분에 ‘경쟁사를 고객으로 만들겠다’던 아이엘사이언스의 목표도 점차 실현되고 있다. “작은 기업이 실리콘렌즈를 개발했다고 하니, 처음에는 다들 의구심만 가졌습니다. 조명 등 우리 제품에 먼저 실리콘렌즈를 접목했고, 실제로 써본 고객들이 좋다고 하니 대기업들도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롯데월드타워, 코엑스, 여의도 IFC, 엘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다 저희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뷰티와 헬스케어 등 활용분야가 많아지는 LED의 변신도 아이엘사이언스의 성장에 훈풍을 불어주고 있다. 아이엘사이언스는 탈모 완화 효과가 있는 두피 마스크, LED로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팜 등의 신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미세먼지 완화 등 환경 관련 사업으로도 눈을 돌렸다.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지능형 보안등이나 터널·화장실 조명 제어 시스템 등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LED 기술이 일정 궤도에 올라가면 그 다음 기술은 에너지를 절감하고 오래 쓰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에너지 절감을 생각하면 사람 없는 주차장, 화장실, 터널에 굳이 조명을 켜둘 이유가 없죠. 인체를 감지해서 필요할때만 조명을 켜도록 센서 기술, IoT 기술 등이 따라가야 합니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20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00억원의 매출을 겨냥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겠다던 어린 시절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이제 목표는 돈을 넘어섰다”고 했다.

“가끔 창업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후배들이 있는데, 제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겁이 덜컥 납니다. 주주, 직원들 생각하면 그 무게감을 견디기 어려워요. 요즘은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아직 해답은 못 찾았는데, 그 다음 ‘점프업’을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도현정 기자·사진=박해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