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등 큰 영향
철강 ‘불똥’ 부심…성장률 추가 하향 전망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을 정면 조준하면서 잠시 수면아래로 가라 앉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2차 미-중 무역 갈등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초유의 위기 상황을 지나고 있는 전 세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초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올해 성장률의 추가적인 하향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다음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반영,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재 방침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에겐 메모리 및 휴대폰, 시스템반도체 등 사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졌다. 양사는 화웨이에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어 화웨이의 휴대폰 매출 감소 여파가 양사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미래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 중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역시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화웨이 제제는 궁극적으로 아시아권역에 의존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및 파운드리 시장의 자립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는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반등을 노리던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수출 감소액은 지난달(-14.9%) 대비 이달 10일까지의 집계(-17.8%)에서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중 갈등이 산업계 전면전으로 확산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 전반 또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국면을 지나는 자동차업계는 북미 시장의 소비 감소에 중국 시장 부진이 더해지는 이중고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와중에 무역전쟁이 재발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내 ‘애국소비’까지 자극할 경우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완성차 업체의 중국 판매는 더욱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중국 자동차 소매 판매는 각각 4만23대, 1만5204대로 전년 대비 13%, 36% 감소했다.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의 경우 한국산 제품이 새로운 관세 부과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한국과 동남아 등에 생산기지를 세워 미국에 우회 수출하는 통로를 막으라는 목소리가 미국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전미철강노조(USW)는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국산 승용차 타이어에 19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라고 청원서를 냈다. USW는 “2015년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회사들이 한국과 태국에 설비를 세워 우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는 철강업체는 중국을 겨낭한 무역보호주의의 칼날이 형평성 차원에서 직접 우리 철강업계를 겨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8년 무역전쟁 촉발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한국산 강관과 냉연 강판 등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75%의 고율 관세를 추진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 받았지만 쿼터제가 도입되면서 수출 물량에 제한을 받은 전례가 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직접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부문을 공격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자국 기술의 자립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전망에 부정적인 여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 구조상 미-중간 사이가 좋아야 중간재를 중국에 팔기 좋은데, 갈등이 격화되면 중간재 수출이 줄며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순식·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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