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 상대 생각에…가볍게 “팔아볼까?”

아침에 잡은 참돔부터 가마솥·농기구…없는게 없어

네트워크 경제 속성 활용해 ‘고객 몰이’

[디자인=김빛나 기자]
[디자인=김빛나 기자]
당근마켓에는 기존 중고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물건들이 올라오곤 한다. 당근마켓 지역 이용객 수 1위(81.7%,만 25~55세 대상)인 제주도에서는 직접 잡은 생선을 팔거나 배를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출처=당근마켓]
당근마켓에는 기존 중고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물건들이 올라오곤 한다. 당근마켓 지역 이용객 수 1위(81.7%,만 25~55세 대상)인 제주도에서는 직접 잡은 생선을 팔거나 배를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출처=당근마켓]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늘 오전 11시에 낚은 참돔, 쓰던 가스통, 인테리어하기 좋은 배…

언뜻 보면 서로 연관성이 없는 물건들 같지만, 모두 제주 지역 당근마켓 이용자들이 올린 중고거래 물품이다. 제주는 육지와 떨어진 지역적 특성 탓에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내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제주 내 만 25~55세 주민 10명 중 8명(81.7%)이 당근마켓을 이용했을 정도로 거래가 많다. 아이템 역시 오늘 아침에 잡은 가물치나 은갈치, 문어 등 생물은 물론 집에서 담근 된장, 김치 등 다양하다. 지역 기반 어플인만큼 동네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뭘 올리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네 사람이니까…“일단 올리고 본다!”

지난 2월부터 JTBC에서 방영 중인 〈스타와 직거래-유랑마켓〉. 스타가 동네 주민과 중고 직거래를 하면서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출처=JTBC 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쳐]
지난 2월부터 JTBC에서 방영 중인 〈스타와 직거래-유랑마켓〉. 스타가 동네 주민과 중고 직거래를 하면서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출처=JTBC 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쳐]
사용자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판다’는 인식 때문에 당근마켓 이용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사용자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판다’는 인식 때문에 당근마켓 이용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예비 구매·판매자는 다른 중고 어플과 달리 당근마켓을 편하게 이용한다. 구매자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어플에 들어가기보다는 어떤 상품이 올라왔나 구경하러 앱(App)에 들른다. 판매자도 내놓은 물건 가격을 높여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가격을 메기기가 어려우면 구경온 예비 구매자들과 적정 가격을 흥정하기도 한다. 어플 내에 가격 제안을 받는 버튼이 별도로 있는 이유다. 심지어 오래된 책이나 묵은 김치 등 차마 돈을 받고 팔기 어려운 물품은 ‘무료나눔’을 하기도 한다.

당근마켓에서 이같이 독특한 중고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이유는 거주지 기반으로 설계된 당근마켓의 거래 시스템 덕이다. 당근마켓은 이용자가 거주지를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고, 게시 물건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판매하는 물건만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이용자들은 동네 사람을 대상으로 구매·판매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물건을 올린다. 당근마켓에서 에어컨을 판매한 경험이 있는 신연주(28)씨는 “에어컨은 배송하기도 뭐하고 팔기 어려웠는데 동네 사람이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구매자가 집 근처에서 가게 하시는 분이길래 에어컨을 직접 갖다줬고 가게에서 커피를 얻어먹는 등 거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일반 중고 시장에서 보기 드문 물건들이 자주 등장한다. 1인용 가마솥을 인테리어 소품용으로 판매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비의 상징인 가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불상을 판매하는 한 판매자는 심지어 “오래된 골동품”이라며 “가짜로 추정된다”는 글을 당당히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농촌 지역을 나의 동네로 설정하면 갓김치, 무나물 등 지역 특산물이 즐비하고 트랙터나 경운기, 쟁기 등 농기구까지 거래 물품으로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판매 물건들도 제각각 특성을 가지는 셈이다.

사용자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판다’는 인식 때문에 당근마켓 이용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사용자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판다’는 인식 때문에 당근마켓 이용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당근 가계부?…'신뢰' 기반한 네크워크 경제

사용자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판다’는 인식 때문에 당근마켓 이용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사용자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판다’는 인식 때문에 당근마켓 이용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당근마켓에는 재치있는 판매글이나 무료나눔 글이 올라오고 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당근마켓에는 재치있는 판매글이나 무료나눔 글이 올라오고 한다. [사진출처=당근마켓]

당근마켓도 이 점을 강조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매월 1일 어플 이용자에게 발송하는 당근 가계부가 바로 그것이다. 당근 가계부에는 사용자가 사는 지역에 몇 명이 거래를 했는지, 거래액은 얼마인지 세세하게 1원 단위까지 나온다. 한 달 간 무료 나눔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도 안내하고 있다. 가계부 밑에 “우리 동네 이웃 중에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안내 문구는 당근마켓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으로 이뤄지는 네트워트 경제 속성을 잘 활용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경제는 시장 참여자(판매자 혹은 구매자)가 많아야 거래 또한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며 “길가다 마주칠 수도 있는 동네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용자들이 안심한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