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접법인(SPC) 설립에서부터 인허가 획득, 설계·구매·시공(EPC) 계약, 운영유지(O&M) 용역업체 계약, 발전연료 구매 계약, 그리고 매출처와의 계약까지. 에너지인프라에 투자하는 과정에는 최소 5~6개의 계약이 이뤄집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안현철(사진)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에너지인프라 투자는 일반적인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에 비해 협상 상대방과 변수가 많아 사전에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에너지기업의 굵직한 딜을 자문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 2001년, 한전에서 화력발전 5개 및 원자력발전 1개 회사를 분리시키는 과정에 자문한 것이 시작이다.

에너지자급률을 내세우며 해외 자원개발을 강조한 이명박 전 정부 당시 에너지 전담 팀을 발족했으며, 현재 30여명의 파트너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안 변호사는 팀에서 실무 협상을 주도하는 핵심 구성원으로, 최근에는 LG화학과 GM이 총 2조7000억원을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 자문했다.

에너지인프라 투자는 대부분의 인허가 획득 등이 사업 초반에 이뤄져 초기 실패 부담이 크지만, 다양한 협상을 거쳐 일단 사업이 안착하면 안정·고정적인 장기 배당 수익이 가능하다. 추가 성장과 자본차익을 노리는 펀드보다는, 10년 이상 장기적 안목으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에 의해 투자가 주도되는 이유다.

안 변호사는 “에너지인프라 투자는 토지 확보와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는 등 맨땅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대기업이나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등 익숙한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M&A와 비교해 변수가 다양하고, 그에 맞춰 자문 방향을 수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이 들어설 입지 주변 주민과의 협상에도 법률 자문사가 관여한다.

국내 에너지 인프라 투자 시장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정부 정책에 힘입어 그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안 변호사는 “공기업 중심의 효율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기존 에너지 패러다임이었다면, 이제는 민간 기업들까지 적극 끌어들여 신재생에너지로 축을 전환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특히 중국, 대만 등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일으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의 30% 정도는 외국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은 해상풍력 대기업들이 주목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편, SK, GS, 한화 등 대기업군 외에도 종합 에너지업체로 성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전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참여하는 EPC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안 변호사는 “현재 정책 기조라면, 수년 내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서울에도 진출할 에너지 중견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