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수익률 연 1%대

임금상승률 연 3%대

기여금으로 충당해도

부채증가 막기 어려워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초저금리로 기업의 퇴직연금 충당금 부담이 눈덩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차액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연금운용은 최악의 위기다. 확정급여형은 주식 투자비중을 높일 수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확정금리를 약속한 퇴직급여 채권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이 기업을 파산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운영주체가 기업이면 DB형, 근로자 본인이면 DC형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한 DB형이 안정적이다. 국내 퇴직연금은 DB형에 집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38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221조2000억원의 62.4%에 달한다. DC형의 비중은 26.1%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난해 DB형의 수익률이 1.86%로 저조해 임금상승률(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점이다.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은 확정급여채무(퇴직급여로 지급해야 하는 돈)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1분기 현대차의 확정급여채무는 5조2984억원인데 사외에 적립된 자산은 5조217억원이어다. 2764억원이 빚이다. LG화학도 확정급여채무는 1조3161조인데 사외에 적립된 퇴직급여는 1조1092억원이어서 퇴직급여부채가 2069억원으로 나타났다. 10대 업종 간판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만 제외하고 모든 기업이 퇴직급여 관련 부채가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플러스’도 회사가 기여금을 채워 넣은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무려 1조8194억원의 기여금을 납입해 재무제표상 마이너스로 플러스로 돌려놨다. 올해 확정급여제도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8419억8700만원을 기여금으로 다시 납입해야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1615억원을 기여금으로 납부했지만 1분기 재무제표상 퇴직급여부채가 807억원으로 잡혔다. 포스코는 올해 1550억원의 기여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이들 회사의 퇴직연금 관련 부담액은 더 늘어나고 여기에다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임금상승률까지 포함하면 회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DC형으로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의 대기업이 퇴직연금 부채로 도산한 사례가 있다”면서 “우리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DC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당장은 근로자에게 가는 피해가 없지만 이로 인해 회사가 도산하게 되면 근로자도 연금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이로인해 기업들이 DB형 퇴직연금을 포기하게 되면 근로자는 어쩔수 없이 DC형을 선택하게 되고 수익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퇴직연금 비중을 보면 DC형과 DB형의 비율이 2017년 0.38대 1에서 2019년 0.42대 1로 소폭이지만 DB형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