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5조8830억원…부동의 1위
주류 불매 영향…롯데칠성 3위로 하락
반사이익 효과도…하이트진로 4계단 ↑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일본 맥주에 울고 웃고…’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식품기업들의 매출 순위를 분석한 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영향이 순위 변화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국내 주요 식품기업 매출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국내 식품기업(제조사 기준)은 23개사로, 전년과 동일한 숫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한 식품기업은 17개사로 집계됐다.
CJ제일제당이 5조8830억원으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6조457억원에 비해 1600억원 가량 감소했으나, 지속 성장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오고 있는 점이 부동의 1위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식품업계 매출 상위 10위를 살펴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따른 일부 순위 변화도 포착된다.
2018년 2위였던 롯데칠성음료는 대상(2조4570억원)에 밀려 지난해 3위로 한계단 떨어졌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음료사업은 선전했으나, 하반기께 본격화된 불매운동이 주류사업에 타격을 입혔다. 수입맥주 1위였던 일본맥주 ‘아사히’ 판매량이 바닥을 쳤고, 소주 ‘처음처럼’ 등도 불매운동 타깃이 되면서 주류사업이 부진을 겪은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2조3430억원 매출 중 주류사업 매출은 7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2018년 11위에서 2019년 7위로 약진했다.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 등 신제품이 성공을 거둔 데다, 일제 불매운동 반사이익이 더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산맥주 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편의점에서 테라를 포함한 국산맥주 판매 비중이 50% 대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까지 이어져, 올해 4월말 기준 편의점 CU에서 국산맥주 판매 비중은 50.5%로 수입맥주(49.5%)를 여전히 앞섰다.
업계 관계자는 “일제 불매운동 전에는 일본맥주가 편의점 맥주 판매량 상위권을 휩쓸었으나, 점차 매대에서 사라지면서 수입량 자체도 크게 줄었다”며 “불매운동이 지난해 주류업체 희비를 가른 것은 물론이고 올해까지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간편식을 포함해 가공식품 수요가 늘면서, 식품제조사들이 대체로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받아들 전망이다.
빙그레 등은 ‘1조 클럽’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 8783억원을 기록한 빙그레는 올해 해태아이스크림(매출 1507억원)을 인수하며 사상 첫 매출액 1조원 달성이 예상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 내 간식 수요가 증가한 데다, 여름 무더위 효과로 빙과류 판매가 늘면서 2~3분기 실적도 호조가 예상된다는 점이 빙그레 1조클럽 입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