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등 백신 임상 성공적 진행

국내 개발은 아직 임상 초기 ‘격차’

“치료제 개발이 가장 현실적 선택”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임상 돌입

GC녹십자, 혈장치료제 생산 시작

부광·종근당 등 임상 13건 진행

제약사 직원이 치료제 생산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제약사 직원이 치료제 생산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지 반년이 됐다. 초기 선제적인 진단키트 생산을 통해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은 다음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치료제를 선택했다. 근본적인 방어책은 백신이지만 개발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현재로써는 치료제 개발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에 다수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임상 돌입…GC녹십자 혈장치료제 생산 시작=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셀트리온은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한 달 후인 지난 2월부터 항체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동물실험을 거쳐 5개월 만에 인체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에 대해 임상 1상 시험을 승인했다. 치료 원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에 항체치료제가 대신 붙음으로써 감염을 막게 된다.

셀트리온 측에 따르면 이번 임상 1상은 건강한 피험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3분기 내 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임상 2, 3상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상반기 내 치료제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임상 2상이 끝나고 긴급 상용 승인을 획득하면 환자에게 즉시 투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혈액제제기업인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GC녹십자는 지난 18일부터 충북 오창공장에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시험용 제품 생산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 속에 포함된 다양한 항체를 추출해 만든 의약품이다. GC녹십자 측은 “치료제 개발의 중요 요소인 혈장 확보가 빠르게 진행됐고 일반 혈장을 활용해 상용화된 동일 제제 제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방법이 같아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 중 상용화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며 “7월 말 임상계획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광·종근당 등은 약물 재창출 시도…국내 진행 중인 임상 13건=셀트리온과 GC녹십자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제약사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를 가지고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부광은 오는 10월까지 임상 2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가지고 지난 5월부터 국내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풍이 목표로 하는 임상 2상 마무리 시점은 내년 6월이다. 다만 또 다른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이 치료제 후보에서 탈락한 상태여서 임상 참여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CKD-314’라는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모스타트’를 역시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나파모스타트가 세포 배양 실험에서 3000여종의 약물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강력한 효능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종근당은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는데 오는 2023년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급성췌장염 치료제인 ‘DWJ1248’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오는 9월까지 2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일양약품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파악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12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후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가 임상 승인을 받아 최소 13건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 개발은 선진국과 격차…성공 가능성도 장담 못해=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이렇다 할 소식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백신 관련 임상은 2건인데, 이 중 하나가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19’이다. 현재 건강한 성인을 대상을 임상 1상 및 2a상을 진행 중이다. 다른 하나는 이노비오가 개발 중인 ‘INO-4800’의 국내 임상으로, 이 역시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선진국의 백신 개발은 빠르게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는 20일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의 두 번째 초기 시험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60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독일에서 진행한 시험 결과, 두 차례 백신을 복용한 접종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같은 날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1단계 임상시험 결과에서 백신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자주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여서 백신이 개발돼 접종하더라도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예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백신 개발은 건강한 사람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최소한의 임상 진행 기간과 그에 따른 막대한 실험비용이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성공 확률이 낮은 백신을 위해 이런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데 백신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은 알지만 성공 확률, 투입자원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제약사가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현재로써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