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지난 100년 간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현했던 미국이 100년 전 대영제국 몰락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흔들리고있는 미국의 현상황이 1919~1920년 몰락 직전 영국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얘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제국의 위험’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100년 전 대영제국과 비교했다.
영국은 1919~1920년 아프가니스탄, 와지리스탄, 이라크, 우크라이나, 발트해 국가 등 여러 분쟁지역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었고 당시 상황은 지금의 미국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특히 1920년 영국이 이라크에 대해 군사적 개입이 있었을 당시에도 지금처럼 이라크의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서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에 대한 비관론도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AJ 벌포는 “문명화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문명화하기 위해 우리 인력과 자금을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919년 영국군 참모총장이었던 헨리 윌슨 경은 “우리(영국)가 세계 20~30개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 뛰어들어 ‘완전히 부적합하고 통치능력이 없는’ 상태가 된 당시 영국 정치가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당시 영국 일각에서는 ‘평화’를 앞세워 개입을 정당화하는 이들도 있어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FT는 현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 불평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레온 파네타도 대통령이 “열정적인 지도자라기 보다 법학교수의 논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같다”고 무능력을 비판한 바 있다.
FT는 당시 상황에서 배울 수 있었던 4가지 교훈을 도출했는데 첫번째로는 여론이 정치가들을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정치가들의 문제가 아닌 에너지 자원의 한계 등과 같은 더 깊고 실질적인 문제가 개입됐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정부 예산 지출이 늘어나고, 국민들이 오랜 전쟁에 지치게 되면서 ‘글로벌 경찰국가’로서의 입지를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1차세계대전 직후의 영국도 그랬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을 치른 미국도 국민들의 ‘전쟁 혐오증’이 커지면서 경찰국가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FT가 제시한 세번째 교훈은 중동 등 지정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은 미국 등 외세의 개입과 중재 등 평화유지 노력에도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분쟁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중동 문제는 100년 전에도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상시적인 갈등이다.
네번째는 상시적인 분쟁이 대부분이 빨리 종결됐다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혁명 이후 1919년 영국이 개입한 러시아 내전은 이듬해 볼셰비키의 승리로 끝났고 이라크에서의 분쟁도 소멸과 반복을 통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제사회에 대한 영국의 영향력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미국도 100년전 대영제국과 비슷한 운명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FT는 진단했다.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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