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지난 8월 셋째 주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되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미국을 벗어난 첫 번째 해외 대회가 열렸다. 1986년에 시작되어 2017년부터는 LPGA투어 대회로 열리는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ASI) 레이디스스코티시오픈이었다. 위민스브리티시오픈(올해는 AIG여자오픈) 바로 전 주에 열린 이 대회의 올해 우승자는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였고, 코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더 르네상스 클럽이었다. 또한 오는 10월1일부터 나흘간 같은 코스에서 유러피언투어인 ASI스코티시오픈이 열린다. 남녀 스코티시오픈이 같은 코스에서 열린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이 대회를 끝나고 디오픈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디오픈은 올해 취소됐다.
TV 중계 화면을 보면 코스의 지명으로 노스 버윅(North Berwick)이 나온다. 세계 100대 코스에 드는 유서 깊은 노스버윅 골프클럽이 근처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으로 불리는 뮤어필드와 같은 숲에 있기도 하다. 유명한 아처필드(Archerfield) 숲이다. 활터를 뜻하는 아처필드는 수백년 전 ‘활쏘기 연습은 안하고 골프에 몰두’하던 스코틀랜드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바다와 섬, 등대가 바라보이는 소나무숲에 자리한 더르네상스클럽은 2008년 개장했다. 설계는 오늘날 최고의 골프 설계가로 꼽히는 톰 독이 맡았다. 그의 스코틀랜드 첫 작품이다. 퍼시픽 듄스, 타라 이티, 반부글 듄스, 케이프 키드네퍼스 등 명문 코스를 설계한 그는 이 상서로운 부지에 독특한 내륙 링크스를 만들었다. 오픈한 지 5년이 지나면서 내륙 숲의 첫 세 홀을 없애고, 뮤어필드로부터 구입한 바닷가 부지에 9~11번의 3개 홀을 만들었다. 또 원래의 12, 13번 홀을 한 홀로 묶고 클럽하우스 옆에 새로 파3 15번 홀을 배치했다. 그 결과 개장 초기에 밋밋하다는 평을 듣던 코스는 변형된 홀들과 함께 바다를 품은 놀라운 코스로 재탄생했다.
코스는 백티에서 7293야드 파71로 짧지 않은 전장이다. 일반 골퍼라면 6766야드의 화이트티나 6160야드의 옐로우티 중 하나를 골라서 치면 된다. 두 종류의 티를 섞어 중간 전장의 라운드를 즐길 수도 있게 한다. 레이디스스코티시오픈 때도 이 방식으로 6500야드 전장으로 대회를 열었다. 다소 인공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전략성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코스로 평가된다. 해안가 숲에서 10만 그루 이상 되는 나무를 베어내면서 군데군데 남겨 놓은 나무들은 홀 공략에 다양한 변수를 제공한다. 여기에 홀 곳곳에 심어 놓은 보라색 라벤더와 연노란 페스큐 풀들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코스가 특별히 어렵지는 않다. 작년 이 대회에서 허미경 선수가 우승한 스코어가 20언더파였고, 2017년의 스코티시시니어오픈과 2019년 스코티시오픈 우승 스코어도 22언더파였던 데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과 핀 위치에 따라 공략하기 어려운 코스가 될 수도 있다. 올해 여자 대회 우승 스코어는 5언더파였다. 레이아웃은 원루프(one-loop)로 되어 있다. 첫 홀은 남동쪽 내륙 방향으로 출발해 파3 6번 홀에서 클럽하우스로 돌아온다. 그런 다음 7번 홀부터 북동쪽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가 시계방향으로 돌아 파3 15번 홀에서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16~18번 홀이 부지 중앙에 삼각형으로 돌아가며 마무리된다.
흥미롭게도 대회 때에는 홀 순서가 많이 바뀐다. 1~6번 홀과 16, 14, 15번 홀의 순서로 진행해 전반 9홀을 마친다. 그런 다음 바다로 나아가는 7~13번 홀에 이어 17, 18번 홀로 라운드가 마무리되도록 했다. 바닷가 전경이 펼쳐지는 9~11번 홀을 후반에 배치해 극적 효과를 높이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코스는 내륙 쪽으로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좌우 지그재그로 오가는 다소 평범한 첫 네 홀로 시작된다. 백티에서도 147야드로 짧지만 엘리베이티드(포대)그린이 정확성을 요구하는 파3 6번 홀을 지나면, 바닷가를 향해 직선으로 나아가는 파5 7번 홀부터 흥미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핸디캡 1번인 오르막 파4 8번 홀은 팟벙커들이 앞을 지키는 그린으로 긴 오르막 어프로치샷을 보내는 홀이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9~11번 홀이다. 이 세 홀은 숲 속 내륙 코스 느낌의 초반 홀들을 바닷가 바로 앞으로 끌어들이며 분위기를 확 고조시킨다. 두 개의 파3 홀과 활처럼 휘어가는 파4 홀이 삼각형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홀에서 보이는 섬과 등대는 로버트 스티븐슨이 지은 19세기 해적 소설 ‘보물섬’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곳이라고 한다. 특히 파4 10번 홀은 가장 극적이다. 포스만(Firth of Forth)을 내려다보는 높다란 해안 언덕을 따라 왼쪽으로 좁게 휘어간다. 용감하면서도 신중한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다음 해안 절벽 끝 경사진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포대그린 뒤를 돌담이 둘러싼 161야드 내리막 파3 11번 홀도 흥미로운 바닷가 홀이다.
448야드 파4 14번 홀은 핸디캡 2번으로 대회에서도 가장 어렵게 플레이되었다. 숲을 끼고 휘어 올라가는 페어웨이는 오른쪽 나무 때문에 좁게 느껴진다. 긴 캐리의 티샷을 정확하게 보낸 다음 팟벙커가 옆을 지키는 포대 그린으로 오르막 어프로치 샷을 한다. 마지막 세 홀은 클럽하우스 동쪽에 삼각형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561야드의 파5 16 번 홀에서는 페어웨이의 약간 오른쪽을 겨냥해 티샷해야 세컨드 샷에 유리하다. 긴 오르막 파3 17번 홀은 커다란 포대그린 위에 볼을 올리기만 하면 버디도 노려볼 수 있다.
파4 18번 홀은 매력적인 마무리 홀이다. 왼쪽에 거대한 페스큐 러프지대가 펼쳐진 가운데 멀리 페어웨이 한복판을 중간이 열린 돌담이 좌우로 지나간다. 그린에서 150야드 정도 못 미친 곳을 지나는 돌담에 세컨드 샷이 막히지 않도록 너무 긴 티샷은 피해야 한다. 앞뒤로 40야드가 넘는 그린으로 담장 너머 보내는 아이언 샷은 멋진 기억으로 남는다. 챔피언 루이스는 이 홀에서 우드로 티샷해 잘라 갔고,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렸다. 회원제인 르네상스 클럽은 200여명의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비회원에 티타임을 일부 개방하는데 매주 월 또는 수요일에 방문할 수 있다. 코스 호텔에서 며칠 묵으며 주변 코스와 함께 라운드를 할 수도 있다.
단, 평생 한 번만 예약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이름도 ‘원타임 익스피리언스(One Time Experience)’다. 우리 LPGA 전사들의 활약을 상기하며 라운드해볼 만하다. 물론 코로나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필자의 홈페이지 ‘세계 100대 골프여행(top100golftravel.com)’과 유튜브 채널 ‘세계 100대 골프여행’에서 동영상과 함께 이 골프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5대륙 950여 곳의 명문 코스들을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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