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결혼정보업체에서 장거리 연애의 장단점에 대해 조사한 재미있는 자료를 봤다. 장점으로는 ‘서로에게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가, 단점으로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가 각각 1위로 꼽혔다. 거리가 멀어 자주 못 보게 되니 생길 수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결과이지만 애틋한 마음이 커진다는 긍정적인 답변에 미소가 지어졌다.

요즘은 다양한 화상미팅 도구로 나은 편이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하는 시간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장거리 연애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적인 요즘이 장거리 연인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연애에서 거리가 중요하듯 데이터도 거리가 중요하다.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에지 AI 컴퓨팅 얘기다.

먼저 데이터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데이터는 21세기 천연자원으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경제를 구동하는 주동력이 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뉴딜의 핵심에도 데이터가 포함된다. 데이터는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듬으면 미래를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얻은 인사이트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트렌드를 분석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을 만들 수도 있다. 거창하게는 데이터와 AI로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해 확산을 방지하는 한편, 예방약과 치료제를 찾는 노력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다른 예로 자율주행을 꼽을 수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도로 및 주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대응해야 한다. 초고속 저지연이 특징인 5G 네트워크의 상용화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한 AI의 발전 덕이다. 5G와 AI가 결합하면 데이터를 발생한 곳에서 분석해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지 AI’가 탄생한다. 에지 AI 컴퓨팅은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기에 발생하는 데이터와 분석하는 기기의 거리가 중요하다. 마치 연애할 때 거리처럼.

자율주행이라면 미래형 자동차를 떠올리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7월 인텔 ‘에지 AI 포럼’에서 발표한 자율주행 농기계 얘기다. IT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농기계와 최첨단 기술인 자율주행의 만남이 의아하겠지만 존디어와 같은 기업은 이미 자율주행 농기계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북미 시장의 경우 2026년 이후 150만대 이상의 수요가 예상될 정도라고 한다. 농기계는 도로 위의 자동차와 달리, 정해진 노선이 없어 주변 환경을 분석해 실시간 대응하는 에지 AI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대동공업과 펀진이 인텔의 에지 AI 솔루션을 활용해 농업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연애가 같은 상황이 아니듯 모든 데이터가 에지 AI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지 AI가 필요한 곳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에지 컴퓨팅은 2019년 이후 5년간 연평균 21% 성장해 2024년 5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앞으로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다양한 모습으로 해결할 AI 기술을 더 자주 만나기를 기대한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