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 소액주주 엄두 못내
수백억대 소송자격…투기자금에 유리
소송 남발 지주회사가 먹잇감 될 수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총수지분 매각시
주가하락 피해 고스란히 소액주주 몫
정부가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을 강행하면서 소액 주주의 역차별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법안의 본래 취지인 소액주주의 보호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 간섭의 문턱만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기업의 기본적인 경영권 방어 장치가 개정안에 포함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해외투기자본에 일방적 수혜…개인주주들은 소송 엄두도 못내=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는 해외 투기 자본의 단기 이익 실현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다중대표 소송이란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배 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손해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를 보전받기 위한 목적에서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제도를 둘러싸고 해외 투기 자본이 손쉽게 모회사를 장악해, 이를 지렛대로 삼아 자회사의 주주들에게 소송으로 인한 피해를 전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 투기자본은 적은 자본으로 지주회사가 거느린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 제기 및 회계 장부 열람권 행사 등 각종 경영 간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국내 주요 그룹 지주회사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손쉬운 공격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주회사 전환 정책으로 주요 그룹 지주회사들은 자회사 및 손자회사, 증손회사 등에 대해 지분율을 높여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70%를 상회하고,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80%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다중대표소송을 악용하면 매입하고자 하는 자회사의 기업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고, 증거조사·장부열람권 행사를 통해 자회사의 기밀 유출도 가능하다”며 “해외투기 펀드의 지주회사 장악으로 자회사들의 주주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중대표 소송에 대한 접근성에서도 해외 투기 자본이 소액주주들에 비해 특혜를 얻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요 상장 대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 한도가 수십에서 수백억에 달해 사실상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견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전체 시가총액의 1만분의 1인 346억원 가량을 개인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재벌 총수의 경영권 전횡을 방지하고, 소액주주권을 보호하려는 당초의 입법 취지 대신 해외 펀드들의 배만 불리게 될 소지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해외 자본 이사회 장악 도구…일감 몰아주기 규제 소액주주 주가하락 직격탄=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철저히 해외 투기자금의 이사회 장악 도구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도 거세다. 단기 시세 차익에 집중하는 소액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관행을 감안할 때 제도 개정의 이점은 대규모 투자자금에 한정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정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또한 주가하락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기존 총수지분 기준 상장 30%, 비상장 20% 였던 것을 상장·비상장 일괄로 2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제를 지기기 위해 총수가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전가된다. 실제 과거 한 주요 그룹 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를 위해 총수 지분 매각을 발표하자, 이후 1주일간 시각총액이 2조원 가량 증발한 전례가 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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