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은 중국식 음력 영향을 받아 한 해의 시작과 결실을 기념하는 시기가 같다. 베트남에서는 ‘쭝투(우리의 추석)’를 공휴일로 지정하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월병을 나누거나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제등행사·선물 등을 준비해 축하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양국이 맞은 2020년의 ‘쭝투’와 ‘추석’은 다소 무거웠다.

지난 9월 29일 베트남은 올 3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을 2.12%로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 이뤄낸 값진 플러스성장이지만 7%대 고공행진 중이던 베트남 정부의 고민은 여전히 깊다. 연말이면 지난 5년간의 경제성적표를 받게 될 베트남은 사회경제개발계획의 차질 없는 목표달성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듯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베트남의 경기침체는 한국의 어려움이 되기도 했다. 여객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우리 기업인들의 베트남 입국이 제한됐으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요식업·여행사 등을 운영 중인 한국인 자영업 종사자들의 피해는 국내만큼이나 심각하다. 베트남 바이어와의 거래 중단으로 우리 수출업체들의 고민도 늘었다. 2019년 기준으로 베트남 체류 한국인 수는 17만명 이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충남 서산시 인구 규모의 한국인이 베트남에 체류한다. 아마 한·베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클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단순한 수출자·수입자 관계를 넘어 생산·투자·교역의 종합 파트너로 진화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인적 교류와 가족관계의 양적 증가는 파트너십의 신뢰도와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최근 양국 간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베트남의 실리주의적 행보와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신의(信義)가 평소와 같이 맞아떨어지지는 못한다. 베트남의 과감하고 단호한 방역 조치에 한국인들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고, 양국 국민 간의 서운함은 일부 인터넷의 댓글과 영상콘텐츠들을 통해 오갔다.

하지만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정부 간, 기업 간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대화와 협의를 이어나갔고 결국 ‘경기회복’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확인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베트남은 300명의 한국인 기술자 특별 입국을 시작으로 1만명가량의 한국인을 예외적으로 입국 허용했으며, 8월 기준 한국은 여전한 베트남의 1위 투자국이자 제 3위 교역국 자리를 유지했다. 하노이 무역관에서는 그간 교류해온 베트남 정부기관에 한국 송편을 나눴다. 송편의 유래와 먹는 방법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그들이 보내온 월병에 대한 답을 표했다. 그들과 우리는 같은 날을 기념하지만 고유한 풍습과 문화는 각각이다.

양국이 경제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는 11월에도 베트남 정부와 한국 기업의 소통을 위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상호 이해와 미래지향적 경제 협력을 통해 2021년 쭝투와 추석에는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한 해의 풍요와 결실에 마음껏 감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종섭 코트라 동남아대양주 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