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연필 대신 스타일러스(터치펜)를 손에 쥐고, 노트 대신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쓰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지만 문구기업의 표정은 여전히 밝다.

253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장수 연필 제조기업 ‘파버카스텔’의 안톤 볼프강 폰 파버카스텔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혁명을 맞아 전통적 필기도구 산업이 사양길을 걸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디지털시대 진화하는 필기구=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구업체들이 디지털 시대에 생존을 낙관할 수 있는 건 이들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문구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터치펜 개발 열기가 뜨겁다. 필기도구의 사용범위가 종이에서 스마트기기로 확장, 앱과 연동해 활용하는 ‘앱세서리’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최대 필기구 제조업체 ‘빅’은 볼펜 끝에 고무팁을 달아 태블릿PC에서 터치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리스탈 스타일러스’를 내놨다.

평상시엔 일반 볼펜이지만 필요할 땐 터치펜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스테들러’가 출시한 ‘디지털펜 990’은 작성하는 모든 문서를 전자파일로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이다. 30여가지의 언어가 지원되며 최대 100쪽까지 복사나 저장이 가능하다.

디지털화가 비교적 늦었던 파버카스텔도 최근 스마트기기 터치펜 겸용 볼펜을 출시, 앱세서리 문구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흥시장 문맹률↓…전통 문구시장 화색=디지털 친화제품이 아니더라도 연필과 볼펜이라는 아날로그 필기구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요의 중심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 경제의 급성장과 문맹률 감소 덕분에 전통 필기구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최소 향후 5년 동안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연필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4% 증가한 27억달러, 볼펜 판매액은 4.9% 늘어난 85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연필시장 규모는 올해 10억달러로 전년대비 4.5% 성장하며 라틴아메리카 판매액은 5억2600만달러로 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버카스텔 측은 “아시아ㆍ남미 지역이 전체 판매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면서 “전통 나무연필이 전체 매출 ⅓의 비중을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 50여년 간 투자해온 빅도 전통 문구류 부문이 지난해 신흥국 시장에서 5~10% 성장했다면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 고급화…1만유로 펜 등장=선진국에서 연필과 볼펜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로모니터 조사에서도 북미와 유럽 지역의 연필ㆍ볼펜 판매액은 소폭 또는 꾸준한 증가세다. 미국의 경우 2010년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하고 있다.

문구기업들은 서구 소비자들이 고급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제품을 고급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파버카스텔은 프리미엄 모델 ‘그라프 폰 파버카스텔’을 내놓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주로 판매 중이다. 백금으로 만든 손잡이와 연필깎이, 지우개를 장착한 ‘퍼펙트 펜슬’은 200유로에 팔린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최고급 퍼펙트 펜슬의 가격은 무려 1만유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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