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에 지정되기도 전에 시장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 당장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진출을 사실상 선언하며 업계의 위기감은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자본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대기업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중소 매매업체는 추풍낙엽이 될 수 밖에 없다. 생계형 적합 업종 제도는 특정 업종의 대기업 잠식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소상공인·골목상권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여론은 “벼룩의 간을 내먹는다”며 대기업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었다.
그런데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업계와는 정반대다. 비난보다 환영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크다. 중고차 값이 비싸지더라도 믿고 살 수 있다면 대기업 진출에 찬성한다는 게 대체적이다. 그동안 중고차 매매업계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한 ‘사필귀정’이라는 게 여론의 평가다.
지금까지 중고차 사기는 전국 매매단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이뤄져왔다. 미끼 매물로 구매자를 유인해 계약을 체결한 뒤 하자 등을 이유로 다른 차량을 거래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대출을 미끼로 차를 구매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등 범죄행위가 판을 쳤다. 주행·사고이력 등 성능을 조작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때문에 중고차 매매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은 수백, 수천만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중고차 사기는 이제 시장에서의 일탈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커졌다. 중고차 사기단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 이후 경찰이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까지 나왔다.
또 경기도는 최근 발표한 중고차 허위 매물 의심 사이트 점검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의뢰, 포털사이트에 정보 검색 차단 요청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엔진을 통해 차량소재지, 사업자 정보, 차량시세 등의 내용이 부실한 31개 사이트를 선정해 표본조사한 결과, 95%가 허위 매물이었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심지어는 일부 양심 있는 중고차 딜러들이 허위 매물 등으로 사기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환불을 돕기 위해 불법 딜러들을 ‘응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중고차 매매업계는 6000여업체, 5만여명 종사자의 ‘생존권’을 내세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야 하며,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5년간 유예하는 등의 차선책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업계가 당장 해야 해야 할 것은 막무가내식 반대가 아닌 사기가 판을 쳤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횡행했던 소비자 기만행위를 자정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시위에 나서기 전에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생존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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