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좋은 곳은 전세 구하기 어려워

월급 못잖은 200만~300만원 고가 월세 거래 늘어

월세 상승세 속 강북도 고가 월세 계약 이어져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 10개구에선 전세보다 월세 매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이 된 지 100일이 넘었고, 가을 이사철이 지난 상황에서도 전세 매물은 적고 월세 매물은 증가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전세난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발생한 현상’이란 지적에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전세) 공급도 줄지만, 기존 집에 사시는 분들은 계속 거주하기 때문에 수요도 동시에 줄게 된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전세 매물이 줄고, 세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선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 월세 계약도 잇따라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새 규제를 비웃듯 월세를 올리고 있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전세보다 월세 매물이 더 많은 곳은 강남·구로·관악·동대문·마포·서대문·송파·용산·종로·중구 등 10개구다.

월세 매물 증가는 연초대비해서도 확연하다. 강남구의 경우 9일 현재 전세는 1887건, 월세는 2301건이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 1월 6일 기준으로는 전세 5759건, 월세 5079건으로 전세가 매물보다 더 많았다. 중구(전세 121건·월세 242건), 관악구(전세 124건·월세 235건) 등 월세 매물이 사실상 전세보다 배가량 많은 곳도 있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동과 삼성동, 대치동 등에선 전세매물이 급감하고 월세 매물이 크게 늘었다. 이들 지역에선 실거주 외 매매 거래가 막히면서 사실상 세를 낀 매물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됐다.

당장 대치동은 9일 현재 전세 101건, 월세 213건으로 월세 매물이 배 이상 많고, 잠실동도 전세 207건, 월세 274건으로 월세 매물이 30%이상 더 나와있다. 삼성동도 전세는 134건에 그쳤지만, 월세매물은 배 수준인 267건이 나와있다.

월세도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 이상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힐스테이트2단지 84㎡(이하 전용면적)가 보증금 3억원, 월세 208만원에 거래됐다. 잠실동 트리지움도 10월 계약서를 쓴 84㎡ 임대차 계약 13건 가운데 5건을 제외하곤 모두 월세였고, 이 가운데 월세가 가장 큰 것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40만원에 달했다.

잠실 엘스도 이달 5일 84㎡가 보증금 1억500만원에 월세 210만원 조건으로, 래미안대치팰리스 94㎡는 지난달 12일 보증금 10억원, 월세 209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고가 월세는 전셋값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기준 주간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서 “서울 강남구가 전주 대비 전셋값이 0.93% 상승했다”며 “저금리속에 고가주택에 대한 공시가와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부담을 월세로 메우고자 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월세는 증가하고 전세 매물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정부 통계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10월 아파트 월세 가격은 전달 대비 0.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