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정조준 별도 규제

증시 관련주 284조 증발

대기업에 권력집중 예방

글로벌 추세…명분 충분

11일 중국 온라인 기업 주가
11일 중국 온라인 기업 주가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이틀새 2550억달러(약 284조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 강력한 반독점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규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봄날은 가고 찬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중 최대 온라인쇼핑축제인 ‘솽스이(雙十一·11월11일)’를 하루 앞두고 반(反)독점 규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반독점법과 별개로 ‘플랫폼경제’를 직접 겨냥해 규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장 25조로 이뤄진 초안은 인터넷 영역에서의 독점적 협의, 지배적 시장 지위 남용, 기업결합, 제한적 경쟁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객의 민감 정보 공유, 독점 제휴 계약, 담합을 통한 경쟁사 견제, 과도한 저가 경쟁 등이 금지된다. 플랫폼기업이 기술을 이용해 가격을 자동 설정하는지, 고객의 정보와 소비 습관에 따라 가격을 차별하는지 등을 관리 감독한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동은 지난 3일 알리바바의 핀테크자회사인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이어 3일 후 시장감독관리총국, 당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국가세무총국 등 3개 부처가 알리바바·징둥·메이퇀·텐센트·바이트댄스 등 27개 인터넷기업 관계자를 불러 ‘인터넷경제 질서 행정지도’ 관련 회의를 한 후 이번 초안을 발표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플랫폼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아 합법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며 “앞으로 강력한 관리감독과 규제가 이어질 것이고 알리바바, 핀둬둬,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너무 커진 빅테크 기업 손보기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수 부양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바바와 징둥이 양분하다시피하고 있다. 두 기업은 이 시장의 4분의 3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알리바바를 빈번하게 이용하는 사용자는 8억8100만명으로 중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앤트그룹의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의 회원은 무려 13억 명이다.

셰원 전 야후차이나 사장은 “미국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대폭 지원해왔으나 이젠 바뀌었다”면서 “온라인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고 판단한 정부가 더 많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석가는 “탈글로벌화와 코로나19 등 변화 속에서 중국 최고지도부는 수출 확대에서 내수 확대로 전략을 선회했다”면서 “지난 10년간 순풍에 돛 단듯 급성장한 빅테크 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잃고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세에 편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T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0일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세계 최대 온라인업체인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면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집권 이후 민주당 발 반독점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