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생존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한진칼 경영권분쟁의 한축인 KCGI는 지난 11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늦어도 12월 1일 결론이 난다. 이번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메가항공사의 꿈은 무산된다. 인수가 무산되면 이미 경쟁력을 잃은 국내 항공산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가처분 신청 기각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자본시장법 및 한진칼 정관 등에 따라 ‘경영상 긴급한 필요’ 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KCGI는 경영권 분쟁 상황인 한진칼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법원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작금의 상황을 ‘경영상 긴급한 필요’로 볼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인용돼 인수는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체제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와 KDB산업은행 모두 통폐합을 통한 항공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코로나19 위기를 버텨내지도 못하고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과도한 부채,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을 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말까지 부족한 유동성만 약 7000억원 규모, 내년 이후에는 2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 정책자금이 유입돼야 한다. 연말까지 자금 확충을 하지 못하면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며, 이에 따른 이자는 늘고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올해 말까지 유동성 문제는 없지만 이후 2조원 정도의 유동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위기가 지속되면 항공산업에 몸담은 수만명의 임직원이 길거리로 내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해서 인수 무산 후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채권단에서는 이미 국내 5대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인적 구조조정 없이 2분기와 3분기 영업흑자를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위기 극복능력과 노하우를 갖춘 대한항공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쓴소리를 하는 일부 시민단체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담보하는 조건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는 논지를 유지한다.

이 같은 간절함에는 항공산업은 대규모 고용을 유발하는 사업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항공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배가되지만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하면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한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대규모 감원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한진그룹은 이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과 생태계를 만들어내자는 것을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항공업계 구성원의 절박함을 어깨에 얹은 법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