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김현일 기자]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을 이을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문을 연다. 바로‘루이비통 미술관’이다. 이는 미술을 사랑한 한 남자의 오랜 꿈의 실현이기도 하다. 6년의 공사기간과 3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완성된 이 건축물은 그의 바람대로 미술관으로 활용된다.
미술관의 주인은 바로 프랑스 출신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65)이다. LVMH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과 코냑 제조사 ‘모에 헤네시(Moët Hennessy)’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그룹으로 루이 비통, 펜디(Fendi), 지방시(Givenchy), 태그 호이어(Tag Heuer)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다수의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 럭셔리 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아르노 일가의 자산은 10월 현재 303억 달러(약 32조원)로 평가되고 있다.
명품을 주무르는 그답게 미술관 또한 화려하다. 파리 불로뉴 숲 속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들어선 미술관은 규모가 11700㎡에 달하며 내부에 11개의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디자인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설계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맡았다. 거대한 돛단배 혹은 하얀 뭉게구름을 연상케 하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창조를 위한 루이비통 재단’(The Louis Vuitton Foundation for Creation)이다.
미술관 건립에는 당초 계획했던 예산 1억2700만 달러(약 1348억 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에 정확히 얼마가 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르노 회장은 “꿈의 가격을 매기려고 하지 마라”며 답을 단호히 거절했다. 앞으로 미술관에는 아르노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작품들과 함께 피카소, 앤디 워홀 등 현대 미술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아르노 회장의 ‘숙적’ 프랑수아 피노(78)도 개인 재단을 통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피노는 아르노 회장의 LVMH 계열 브랜드와 경쟁하며 명품 산업을 이끌어온 한 축이다. 그가 설립한 케어링(Kering) 그룹은 구찌(Gucci),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등의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피노 일가의 자산은 현재 140억 달러(약 14조 8120억원)로 아르노 회장보다 적지만 미술관 운영 만큼은 한 발 빨랐다.
2006년 이탈리아 베니스에 위치한 귀족 그라시 가문의 궁전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를 인수해 자신의 미술관으로 꾸몄다. 1700년대 중반에 지어진 이 건물은 한때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Fiat)그룹의 소유이기도 했다. 이후 피노는 베니스에 있는 또 다른 건물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에도 개인 미술관을 열었다. 167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원래 물건을 저장하는 창고 겸 세관 직원들이 묵던 숙소로 쓰였다. 피노는 오랜 기간 텅 빈 채 방치돼 있던 이 건물을 시와 33년간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고, 2008년부터 1년여 간 수리한 후 재개관했다.
원래 프랑수아 피노는 자신의 모국 프랑스에 미술관을 건립하려다 포기한 사실이 있다. 2005년 파리 센 강의 세갱(Ile Seguin) 섬을 부지로 점찍고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 한 미술관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시 당국이 사업허가를 차일피일 미루자 결국 계획을 접었다. 당시 피노는 “꼭 프랑스에 나의 미술관을 지을 필요는 없다”며 프랑스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했다. 그 결과 프랑스는 두 개의 ‘명품 미술관’을 잃은 셈이 됐고, 이탈리아는 피노의 미술관을 통해 베니스를 보다 적극 홍보할 수 있게 됐다.
피노는 피카소, 몬드리안, 제프 쿤스의 작품 등 2000점이 넘는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프랑스 출신의 명품업계 수장 두 사람이 미술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 뉴욕에 빼앗긴 현대미술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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