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
부회장·수석부사장 신설해
지주역할 강화·은행장 견제
차기 회장 경쟁구도에 변수
“어떤 업무를 맡을지 봐야겠지만, 사실상 2인자라고 볼 수 있죠”
회장과 사장 간 갈등으로 촉발된 KB금융 사태와 신한 사태 등을 겪으며 국내 4대 금융그룹에서는 최대 계열사인 은행장이 실질적 2인자였다. 4대 금융그룹 수장들도 모두 은행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그룹 내 은행장 위상이 도전을 받고 있다. 연말 금융그룹 인사에서 은행장을 견제할 새로운 ‘부(副)’들이 등장하면서다.
KB금융은 10년 만에 지주 부회장직을 부활시키며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를 내정했다. 양 내정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 부회장은 5년간 KB손보를 이끌었지만, 은행에서 잔뼈가 굵었다. 계열사로 가기 전까지 KB금융그룹의 전략부분을 이끌었다. 매트릭스 조직체제에서 계열사 경영과 전략을 총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로써 KB금융은 윤 회장 이후 후계를 두고 양 부회장,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카드 사장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우리금융지주도 사실상 이원덕 전략부문장(부사장)을 초대 수석부사장에 임명했다. 이 수석부사장은 다른 부사장들과 달리 부문 담당이 아닌 지주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수석’이 붙은 만큼 사실상 지주사 사장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광석 행장이 연임하며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차기 회장 잠재경쟁자인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2년의 새 임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지주사 내에 경영관리부문장을 신설해 그룹의 경영관리 기능을 통합했다. 계열사별 주요 경영이슈에 대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조용병 회장의 업무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직급은 부사장이지만,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을 배치 사실상 지주 사장에 준하는 무게를 드러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금융그룹 내에서 은행장이 차지하는 위상이 확고하겠지만 그룹 경영을 총괄할 부회장의 등장으로 향후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그룹 계열사 임원은 “신설된 부회장직에 전략, 재무 등 그룹 경영관리와 관련된 직제가 편성되면 사실상 그룹의 2인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은행장이 차기 회장이 되는 공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버금(副)’들이 지주 이사회에까지 진출할 지 여부다. 이사회에 참여하면 주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물론 이사회 구성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지만, 모두 미등기이사다. 함영주 부회장도 은행장을 겸임할 때만 이사회에 참여했었다. 현재는 지성규 하나은행장도 지주 이사회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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