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어려웠던 시절 테슬라를 애플에 매각하려 했었다”고 털어놓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었다. 특히 머스크의 이같은 고백은 애플이 전기차 ‘아이카’를 만들 것이란 보도가 쏟아진 직후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더 뜨거웠다.
머스크의 매각 제안은 결국 애플의 ‘퇴짜’로 불발됐으나 애플로서는 ‘천재일우(千載一遇·천년에 한번 만난다)’의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이후 테슬라는 시가총액 6272억달러(692조원·24일 종가 기준)가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시총 464조원(24일 종가 기준)을 훨씬 능가한다. 2017년 테슬라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갖고 있지 그랬어”…테슬라서 발 뺀 도요타
2017년은 테슬라에 절체절명의 해였다. 2008년 10만9000달러(1억2000만원) 초고가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가 시장에서 참패하고 설립 10년째였던 2013년에는 적자 늪에 빠졌다. 2016년 출시된 대중적 전기차 ‘모델3’는 2017년 고객 인도를 목표로 했지만 배터리 팩과 차체 조립 공정문제로 주당 생산량을 맞추지 못했다.
2017년 중반에는 급기야 테슬라에 투자했던 일본 도요타자동차마저 테슬라와 결별을 선언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국의 유망 벤처정신을 배우겠다”며 테슬라에 투자한 지 7년 만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2010년 5월 20일.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테슬라 본사를 직접 찾았다. 경영 위기에 처한 테슬라에 자본을 출자하고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당시 협약식 행사에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지사가 참석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팔로알토에서 머스크와 만난 도요다 사장은 “벤처기업인 테슬라의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머스크는 “도요타의 출자는 가뭄의 단비”라고 화답했다. 당시 도요타자동차가 사들인 테슬라의 지분은 3.15%, 약 5000만달러(약 550억원) 어치였다.
그로부터 7년 후. 도요타자동차는 테슬라와의 협력에 종지부를 찍는다. 2014년 테슬라 지분 일부를 매각한 데 이어 2016년 말 잔여지분 1.43%까지 전량 처분했다. 양사의 협력 역시 2014년 도요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전기차 버전(EV) 개발로 막을 내렸다.
도요타자동차는 2017년 6월 테슬라 지분 매각을 공표하며 “테슬라와 차후 협력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도요타자동차 측은 향후 ‘플라잉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전통 강자 도요타와 신흥세력 테슬라간 전면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애플 찾아간 머스크, 돌아온 건 ‘문전박대’
머스크가 애플에 테슬라 매각을 타진한 것도 이 즈음으로 점쳐진다. ‘모델3’ 개발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머스크는 도요타자동차의 투자 철회까지 겹치자 진퇴양난에 빠졌다.
머스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모델3 프로그램이 가장 암흑기를 헤매고 있을 당시 테슬라 매입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팀 쿡에게 연락했다(현재 기업가치의 10분의 1수준으로). 그는 만남을 거절했다”고 썼다.
머스크가 애플에 매각 의사를 전한 구체적인 시점은 명기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17년 중반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달에도 “모델3의 대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한 달 안에 파산할 수 있는 위기였다”고도 전한 바 있다.
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매각하려 했던 건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에는 구글과도 매각 협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22일 머스크의 ‘자발적 폭로’는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 승용차 '아이카'를 출시한다는 보도 직후 나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머스크는 같은 날 또 다른 트윗에서 애플의 전기차 전략에 대해 “사실이라면 이상하다”고 촌평했다. 그는 애플이 모노셀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것과 관련 “모노셀은 전기화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최대 전압이 ~100X로 너무 낮기 때문이다. 아마도 서로 연결된 셀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애플퇴짜’ 직접 폭로한 머스크…전기차 자신감?
테슬라는 시가총액이 6200억 달러(약 69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 중 세계 1위다. 지난 21일에는 우량주의 산실인 S&P500지수에도 편입됐다.
도요타자동차 입장에선 테슬라의 투자 철회는 뼈아픈 실기(失機)가 됐다. 도요타자동차는 테슬라 보유 주식 매각 당시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 차익을 실현했다고 좋아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0년 7월 1일 상황은 역전됐다. 테슬라의 시총이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1위에 등극한 것. 당시 테슬라 시총은 2076억달러(243조5000억원), 도요타는 21조7185억엔(243조3000억원)이었다. 이후 100일이 채 안돼 양사의 시총은 배 이상 벌어졌다.
도요타와 테슬라의 시총이 역전된 것은 전기차의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도요타의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가 테슬라보다 30배 가량 많지만 시장은 전기차에서 미래를 봤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태슬라는 가장 큰 낙오자(the biggest losers)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수장도 더그 필드라는 테슬라에서 영입한 인물”이라며 “머스크의 이날 트윗은 애플의 전기차 진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냄과 동시에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의 자신감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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