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취두부·닭튀김등 다양한 서민음식 가득 꽃할배·외국인 입맛 사로잡는 핫플레이스 밤을 맛으로 밝히는 ‘夜!한 여행’ 필수코스 야시장, 도보여행 늘자 관광 블루오션 부상
情많은 우리시장 상품화…문화노출 기회로
‘꽃보다 할배(대만명 ‘花樣爺爺(화양야야)’는 대만을 보는 한국인들의 인식 틀을 바꿔 놓았다. 중국의 일부가 아닌, 대만의 독자적 문화와 장점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 방영 후 한국인 대만 방문객이 폭증, 70%의 성장률을 보인다. 한국에 대한 대만의 인식도 좋아져 대만인 방한객 증가율은 20%에 달하고 중화항공 등의 한국-대만 노선 증편도 잇따른다. 최근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를 비롯한 한류스타의 인기 상승은 양국 간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할 전망이다.
두 나라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또하나의 풍경은 대만의 야(夜)시장이다. 수도인 타이베이엔 20여 개의 야시장이 새벽 1~2시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가장 큰 곳은 스린(士林)야시장이다. 매주 주말이면 50만 명 이상의 엄청난 인파가 운집한다. 특히 피크타임인 주말 오후 8~10시에는 사람이 반 발짝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외국관광객들이다. 외국인 필수여행코스가 된 것이다.
무엇이 대만 야시장에 열광케 했을까. 언듯 보면, 의류, 악세사리, 화장품, 신발 등이 진열된 모습은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이나 광장시장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하다.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가 먹거리로 채워져 있다. 이동식 판매대 마다 놓여진 음식의 다양함도 놀랍다. 지구촌 누구든 즐기는 음식, 대만인이 좋아하는 음식 뿐만 아니라, 일부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취두부(臭豆腐․두부를 썩혀 끓인 음식)를 포함해 발효식품, 해산물, 육류, 채소류, 과일류가 총 집합되어 있다. 찌고, 삶고, 굽고, 볶고…. 조리법도 다양한 음식문화 하나만으로 볼거리가 무한하다.
이 야시장 거리를 걷다보면, 꼬치구이를 먹거나 비닐장갑을 낀채 큰 닭튀김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사리 본다. 일상화된 풍경이라 거리낌이 없다. 맘에 드는 음식이 보이면 또 줄을 선다. 두손에 음식을 쥔 양수집병(兩手執餠)광경도 흔하다. 저녁식사를 할 필요가 없고, 흥미로운 구경을 하며, 다양하게 맛보고, 만찬시간을 절약하니 일석사조(一石四鳥). 야시장의 최대 매력이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전통시장이 있다. 밤엔 비교적 일찍 폐장한다는 점이 다소 차이가 날 뿐, 서민적이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똑같다. 음식의 다양성에선 대만 야시장에 미치지 못하지만 길거리 음식을 가장 싸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점이 닮았다. 도심 도보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야시장은 관광의 블루오션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2년 8월부터 서울 광장시장, 춘천 낭만시장 등 전국 7개 전통시장을 선정해 관광상품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첫 해 8000여 명이던 관광객은 이듬해 무려 6만1511명으로 급증했다. 성공적이고 창의적인 관광상품이 된 셈이다. 나라별로 전통시장 방문객을 보면 대만인들이 나라별 점유율 78%를 차지한다. 놀라운 열정이다.
‘내 나라 인기 분야가 다른 나라에선 어떨까’하는 호기심도 관광지 선택의 중요한 고리인듯 하다. 대만인들은 자국 야시장에서 즐기는 행동들을 광장시장이나 낭만시장에서도 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버라이어티쇼 ‘런닝맨’ 출연진이 먹었던 음식을 맛보고, 한국드라마 속에서 보아왔던 한류스타들의 전통시장 데이트 장면을 연출해 보기도 한다. 여러 명이서 김밥, 떡볶이, 어묵 등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 놓고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열풍을 반영하듯 대만의 최고 인기프로그램인 ‘食尙玩家(스상완쟈)‘는 광장시장 등 한국전통시장을 수차례 취재 방영한 적이 있다. 웬만한 특급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프로그램 진행자 샤샤(莎莎)가 떡볶이를 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은 ’의-식-주‘라 하여 옷차림 등 외부에 비치는 모습을 중시하지만, 대만은 ’식-의-주‘ 순으로, 먹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외형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문화이다. 이 때문에 다양하고 값싸며 맛있는 먹거리가 널려있는 전통시장에 열광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관광상품화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기존에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곳은 고궁,쇼핑지, 한류드라마 촬영지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충분히 접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전통시장은 우리사회에 가장 폭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서민문화를 대변한다. 구수한 사투리도 있고 우리만의 끈끈한 정(情)문화도 살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장 보편적인 생활 단면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동질감이나 연관성(relevance)가 커지면서, 강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찾아보려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 역시 창조관광을 더욱 융성하게 할 것이다.
정익수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장/iksoo@knto.or.kr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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